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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새만금 수상태양광 "개발 지렛대" vs "땅만 차지해"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 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송하진 전북도지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 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송하진 전북도지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추진하는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 사업을 두고 전북 지역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새만금 개발과 지역 발전을 가속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땅만 차지하고 고용 효과 등 실질적인 도움은 미미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맞선다.

[이슈추적] 정부 발표에 낙관론-비관론 팽팽 #文 대통령, 지난해 10월 군산서 비전 선포 #자치단체들 "재생에너지 메카로 지역 발전" #주민들 "고용효과 미미" "취업난 숨통" 찬반 #시민단체 의견도 갈려…평화당 "땅 아깝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8일 새만금에 들어설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 사업을 승인했다. 민간 자본 약 4조6000억원을 들여 새만금 방조제 안쪽 공유 수면 30㎢에 2.1GW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 설비를 만드는 게 골자다. 사업 부지는 새만금 전체 면적(409㎢)의 7.3% 규모다.

여의도 면적의 약 10배로 단지가 완공되면 10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2022년까지 새만금에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지 8개월 만이다.

새만금을 끼고 있는 전북도와 군산시·김제시·부안군 등 자치단체들은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수상태양광 발전 사업을 발판 삼아 새만금을 재생에너지 메카로 키우고, 지역 경제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전북도는 지난 3월 군산시·새만금개발공사·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새만금 재생에너지 연구기관 유치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전체 사업의 약 30%는 주민이 채권 등으로 참여해 이익을 공유하기로 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새만금 발전 단지에는 약 500만개 이상의 태양광 모듈 수요가 예상된다. 국내 업계가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설비·기자재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는 "새만금 수상태양광 단지 건설에 연인원 약 160만명의 건설 인력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해 지역 경제 전반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주민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태양광 패널이 땅(바다)만 차지하고, 지역에는 별로 기여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오식도동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전모(74)씨는 "발전소를 지을 때나 몇 개월 반짝 사람들(건설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태양광(설비)이 들어차면 (지역 주민들과) 아무 관계 없다. 태양광 패널(모듈)도 다른 지역에서 제작해 가져올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식도동은 2017년 7월 가동이 멈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있는 곳이다. 지난해 5월 한국GM 군산공장마저 문을 닫으면서 원룸 공실률(빈방 비율)은 40~50%로 늘었다. 새만금 산업단지 조성 원가(1평당 평균 65만원)와 일반 태양광 시설 용지 가격(평균 10만원)을 비교하며 "평(3.3㎡)당 65만원짜리 땅을 만들어 놓고 10만원짜리 태양광을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의견이 나뉜다. 전북녹색연합과 민주노총 등 25개 시민단체가 모인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은 새만금 수상태양광에 반대한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해수유통을 통해 새만금 수질과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굳이 태양광을 해야 한다면 이미 땅이 드러난 새만금 농업용지를 활용하면 된다. 어차피 소금기 때문에 15~20년간 농사를 못 짓는다"고 했다.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이 지난 4월 22일 전북도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들은 새만금호 담수화 정책 포기와 해수유통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이 지난 4월 22일 전북도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들은 새만금호 담수화 정책 포기와 해수유통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반면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3개 시민사회단체와 전북도민 700여명으로 구성된 '새만금도민회의'는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을 기후 변화 대책이자 침체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절충안으로 보고 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는 "개발 속도가 더딘 새만금 사업의 터닝 포인트(분기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방법론에서는 정부와 온도 차가 크다. 새만금도민회의는 "조력발전을 포함한 해수유통과 바다 복원을 전제로 수상태양광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선임활동가는 "20년 뒤 수상태양광 설비를 걷어낸다고 하는데 지속성이 없으면 기업들이 투자하겠느냐"며 "새만금에서 일정 공간은 항구적인 재생에너지 단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역 상공인들은 반기면서도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온승조 군산상공회의소 기획관리부장은 "지역 경기가 어렵다 보니 어떤 형태의 투자든 해주면 감사하지만, 지역 경기 활성화와 밀접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취업난에 비상이 걸린 대학들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윤준원 군산대 기계융합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군산이 열악한 상황이어서 어떤 사업이라도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태양광 사업이 단순히 발전만 하는 용도가 아닌 부가적으로 연관 사업 유치나 인력 채용, 연구 개발(R&D) 등 부대 효과가 있는 쪽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 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송하진(오른쪽) 전북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 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송하진(오른쪽) 전북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야당과 업계는 여전히 "정부가 탈(脫)원전을 위해 새만금 개발 궤도를 서둘러 수정했다"고 의심한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을 정부가 추진해 온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계획에는 2030년까지 국내 전체 발전량의 2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평화당은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의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 때부터 줄곧 반대 입장이다.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첨단산업 메카로 활용돼야 할 새만금을 한시적인 태양광 발전 시설로 쓰기엔 아깝다"는 취지다.

당시 전북에선 "30여년간 추진된 정부 국책 사업을 문 정부가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바꿨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에 정부와 전북도는 "'새만금을 환황해권 경제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비전은 변함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나 되는 거대한 새만금을 20년 안에 개발할 수는 없다. 재생에너지 부지는 아직 물 밑에 있어 개발이 늦거나 군산공항 인근에 있어 고도 및 소음 제한에 걸려 당장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라며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나온 이익은 새만금 개발에 재투자하거나 지역 주민 몫"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인센티브 재원으로도 쓸 예정"이라고 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새만금 사업은

새만금 사업은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 규모의 바다를 매립해 환황해권 중심 도시로 육성하는 국책 사업이다. 1991년 착공한 지 19년 만인 2010년 33.9㎞에 달하는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됐다.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새만금 예정 면적 409㎢(토지 291㎢+호수 118㎢) 중 매립이 완료된 면적은 35.1㎢(12.1%)에 그치고 있다. 현재 매립 중인 75.7㎢(26.0%)까지 포함해도 매립률은 38.1%에 불과하다.

새만금 사업은 30년 넘도록 개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해 왔다. 1987년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처음으로 대선 유세에서 공약으로 발표했다. 1989년 100% 농지로 활용하는 기본 계획을 발표했고, 1991년 방조제 건설의 첫 삽을 떴다.

2000년대 이후 환경단체의 공사 중지 소송 등으로 공사가 지지부진했다. 2006년 3월 대법원 판결에서 정부가 승소하면서 그해 4월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났다.

노무현 정부는 내부 토지 중 72%를 농지로, 나머지 28%를 비농지로 개발하는 '새만금 내부토지개발 기본구상'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농지 30%, 비농지 70%로 확 바꿔 농업과 복합도시가 결합한 '새만금종합개발계획'으로 변경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중 경협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현 정부는 새만금을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인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주도할 전진 기지로 보고 있다. 현재 8% 수준인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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