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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기 투자법]자산가들, '코코본드' 쓸어담고 비상장 '우버'에 베팅

중앙일보

입력

저금리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정책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돼서다. 미ㆍ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끊임없는 대외 충격과 부진한 경기 상황으로 갈 곳 없이 헤맸던 1000조원 규모 국내 부동자금에도 비상이 걸렸다.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 속 국내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전략도 다변화하고 있다. 비상장주식과 사모펀드 투자가 빠르게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한편 안전자산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4개 시중은행(우리ㆍKEB하나ㆍKB국민ㆍ신한) 및 4개 대형 증권사(한국투자ㆍ미래대우ㆍKBㆍ삼성)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그 변화를 들어봤다.

 ①유니콘 회사, 상장 전에 잡아라

미국 차량공유 서비스 1·2위인 우버·리프트에 모두 가입한 운전자 차량. [중앙포토]

미국 차량공유 서비스 1·2위인 우버·리프트에 모두 가입한 운전자 차량. [중앙포토]

 고액 자산가는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미ㆍ중 무역분쟁과 같은 대외변수에 얽매여 지나치게 흔들린다는 판단에서다. 류상진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최근 흐름을 보면 증시 직접 투자에서는 자금이 확실히 빠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를 떠난 자금은 비상장주식에 꽂혔다. 이노정 한국투자증권 삼성동PB센터장은 "요즘 고액자산가는 대형 공모펀드보단 비상장주식 투자조합 같은 사모펀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얼마 전엔 미국 스페이스엑스(SpaceX)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소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백혜진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장도 "국내 바이오를 비롯한 비상장 주식투자에 고객의 관심도 커지고 상품도 많아졌다"며 "우버(Uber)나 그랩(Grab), 리프트(Lyft), 고잭(Go-jek) 같은 글로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의 비상장 주식이 한국 시장에 들어와 거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 센터장은 "과거 코스피, 코스닥 종목으로 수익을 내려했던 고객들이 최근엔 비상장 주식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는다"며 "이제는 자금력과 정보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투자 대상 및 목표가 완전히 달라진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②대체투자 사모펀드 대세

 해외 대출채권과 국내외 부동산 등을 비롯해 선박, 항공기,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유동화한 대체투자 사모펀드는 여전히 고액자산가 투자 시장의 대세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연 5~6%대 수익률을 약정하는 덕에 요즘 같은 저금리 시장에선 없어서 못 판다.

 김영호 KEB하나은행 클럽1PB센터장은 "전반적으로 한 번에 큰 수익률을 추구하기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이자나 배당 형태로 예측 가능한 수익률을 꾸준히 줄 수 있는 사모 형태 대체투자 상품을 찾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문경훈 KB증권 목동PB센터 지점장도 "대체투자와 관련해 담보대출로 상품 구조를 짠 사모펀드가 등장한 지는 10년쯤 됐다"며 "당시엔 '왜 주식을 빼고 대체투자로 가나'라고 생각했던 분들도 요즘엔 이를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류상진 팀장도 "부동산, 선박, 항공기,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사모펀드는 투자 규모도 크고 투자 기간도 길다"며 "괜찮은 컨셉의 상품 중엔 최소 가입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도 많은데 300억원 규모 상품이라도 1시간 안에 모집이 끝나버릴만큼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③글로벌 채권ㆍ코코본드에 몰리는 돈

브라질국채 [중앙포토]

브라질국채 [중앙포토]

 금리가 점점 낮아지다 보니 채권 상품의 인기도 자연스레 올라가고 있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 국가나 미국 등 선진국 국·공채에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형 상품이 대표적이다. 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을 통해 예금금리보다 높은 약정이율을 챙기려는 수요도 많다.

 신현조 우리은행 TC프리미엄잠실센터장은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평가손 부담을 덜게 된 채권형 상품이 유리하다"며 "정기예금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이머징 국가나 미국 등 국채에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형 상품을 찾는 문의가 꾸준히 많다"고 말했다.

 이노정 센터장은 "후순위채이긴 하지만 어쨌든 신용등급 트리플에이(AAA) 수준인 국내 은행채로 일반 정기예금보다 훨씬 높은 연 3~4%대 금리를 준다는 점에서 은행 코코본드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상당하다"며 "어느 은행이든 발행만 하면 완판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④뭐니뭐니해도 '달러'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산재한 지금 같은 시장에서는 고액자산가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안전자산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건 역시 달러다.

 정성진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은 "고객들은 통화 분산 차원에서라도 달러 정기예금,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달러 표시 미국 국채 등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연 6%대 후반 수익률을 주는 달러 ELS는 원화 ELS(수익률 3%대)와 비교해 훨씬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경민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전무도 "원화 자산에 대한 헤지 또는 위험자산에 대한 헤지 용도로 달러 자산을 가져가는 고객이 많다"며 "달러 자산 중에서도 신탁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를 통해 일정 기간을 묶은 상품은 최대 연 3%대 확정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PB 추천 상품은

요즘 부자들, 어떤 상품 찾고 어떤 상품 추천받나. 정용환 기자

요즘 부자들, 어떤 상품 찾고 어떤 상품 추천받나. 정용환 기자

 PB 추천상품도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해외채권, 대체투자펀드(리츠 등 포함), ELS 등이 추천 목록에 자주 등장했다. 다만 은행 소속 PB들과 증권 소속 PB들의 주력 추천 상품은 미묘하게 달랐다.

 은행권 PB들의 선택을 가장 많은 받은 상품은 ELS(김영호ㆍ류상진ㆍ정성진)였다. 김영호 센터장은 "ELS 가운데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해 조기상환을 할 수 있게끔 중도 상환 조건을 추가한 '리자드형 ELS 상품'을 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증권 PB들은 비상장주식(백혜진ㆍ이노정), 해외주식(문경훈) 등을 주로 추천했다. 문경훈 지점장은 "미국 대형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운용하는 랩(wrap)형 해외주식 상품을 소개하는 편"이라며 "고객들이 해외주식에 친근해지시면 자연스럽게 개별 종목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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