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류사업 재검토· 연수 취소·행사중단…확산하는 ‘일본 보이콧’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알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디자인. [인터넷 캡쳐]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알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디자인. [인터넷 캡쳐]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여행취소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의회가 한·일 교류사업 전면 재검토에 나서고 연수계획을 취소하는 등 ‘일본 보이콧’에 나서고 있다.  ‘일본 보이콧’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오거돈 시장, 23일 한·일교류사업 전면재검토 밝혀 #경남도의회 소방위, 21~27일 일본 연수 취소키로 #김승환 교육감, 공무출장 현장학습 제한 등 요구해 #청주·논산 의회 등은 일본규탄 성명,결의안 채택도 #일본 외상 “자치단체·문화·스포츠 교류는 계속돼야”

오거돈 부산시장은 일본의 부당한 경제 제재에 유감을 표명하고, 한·일 교류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아베 정부가 부당한 경제제재 조치를 철회하기는커녕 그 범위를 확대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분노하고 있고, 불매 운동 등 자발적 심판운동을 조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부산시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도시로 그동안 그 어느 도시보다 활발한 교류를 해 왔다”며 “지금과 같은 양국 간 긴장 관계는 온전히 일본 아베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따른 것으로 일본 국민에게도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이에 따라 민간단체와 함께 하는 한·일 교류 사업은 민간단체에 시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고, 해당 단체 의견을 존중해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자치단체간 한·일 교류사업은 곧바로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를 위해 행정부시장 주재로 교류사업 검토 회의를 열어 교류취소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충남 논산시의회는 22일 오전 열린 임시회에서 만장일치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진 논산시의회]

충남 논산시의회는 22일 오전 열린 임시회에서 만장일치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진 논산시의회]

이 방침이 실행되면 당장 가을에 예정된 부산·후쿠오카 포럼이 중단될 전망이다. 이 포럼은 부산과 후쿠오카 간 교류협력과 공동체 구축을 위해 2006년 9월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두 도시 학계·산업계·언론계 관계자 등이 참석해 양측 교류와 관련 분야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또 매년 봄 열리는 조선 통신사 교류 행사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한·일 선린우호 관계를 위해 부산이 매년 5월 일본에 사절단을 보내고 부산에서 자체 축제를 여는 행사다. 부산시는 자매도시인 일본 후쿠오카와 시모노세키와의 청소년 교류프로그램 등의 취소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국)정부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국민들의 교류는 확실히 계속되는 것이 양국 관계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며 “많은 지자체가 자매도시관계 등을 통해 여러가지 교류를 오랫동안 이어온 만큼 교류사업만큼은 꼭 계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치단체간 교류와 문화교류, 스포츠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는 21~27일 예정된 일본 연수를 취소했다. 건설 소방위는 ‘재난대비 시스템과 선진 도시기반시설 벤치마킹’을 위해 일본 홋카이도와 도쿄·사이타마의 홍수 방지시설, 지진 재해기념관 등을 둘러볼 예정이었다. 강민국 건설소방위원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민 정서가 악화하고 일본 연수가 세금으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취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주시의회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 청주시의회]

청주시의회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 청주시의회]

경남 거제시도 청소년 20명이 오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자매결연도시인 일본 후쿠오카 현 야메시를 방문하는 문화교류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거제시는 대신 독도 탐방을 검토 중이다.

전북교육청도 공무출장과 현장학습 제한 등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대응하고 나섰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22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일본으로의 공무 출장을 최대한 자제해 주길 바란다”며 “이미 (일본과) 계약이 체결돼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큰 무리 없이 계약을 바꿀 수 있다면 고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일본 현장 체험학습도 가능한 한 자제해 달라”며 “전북교육청뿐만 아니라 직속 기관, 지역 교육지원청, 단위 학교까지 모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충북 옥천군은 농업인의 일본 해외연수계획을 취소했다. 23일 군에 따르면 군 농업기술센터는 오는 8월 30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 야마나시 현으로 복숭아·자두 농가 19명(1명당 185만 원)이 연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정서상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연수계획을 취소했다. 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경제보복 문제로 한·일관계가 나빠지고 있어 농민들과 협의한 끝에 취소를 결정했다”며 “내년에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은 또 오는 8월 7일부터 11일까지 자매결연한 일본 아오모리 현 고노헤마치에서의 중학생 교류 활동은 이달 말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결정했다. 군 관계자는 “한·일 교류행사를 놓고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찾아 과거사 사죄하는 일본인들. [사진 김해연 전 경남도의원]

한국 찾아 과거사 사죄하는 일본인들. [사진 김해연 전 경남도의원]

앞서 청주시의회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충남 논산시의회는 22일 임시회에서 만장일치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부산·창원·전주·옥천=황선윤·위성욱·김준희·김방현 기자,도쿄=서승욱 특파원 suyo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