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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브루]日수출규제, 속타는 롯데···20일 만에 시총 6085억원 증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의 수출 규제는 일본이 투자한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3주간 수천억 원 시가총액이 사라진 회사도, 주가가 40% 뛴 곳도 있다. 누가 울고, 누가 웃었을까?

데이터로 본 한일 경제관계

중앙일보 데이터저널리즘 팀 '탈탈'이 외국인 직접투자기업 데이터(산업통상자원부)와 주가 변동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했다. 일본의 한국 투자 현황도 들여다봤다.

최대주주 일본기업인 국내 상장사 15곳

일본이 국내에 직접 투자한 기업 중 한국 증시에 상장한 회사는 73개다. 이중 최대주주가 일본기업인 곳만 따로 추렸다.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새론오토모티브(자동차 부품업체) 등 15곳이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도 이에 해당한다.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가 롯데지주의 지분 2.49%를 보유해 최대주주 명단에 포함돼 있다.

시총 5560억원 날아간 롯데지주

지난 1일 일본이 한국 수출 규제를 공식 발표한 후, 이들 15곳 상장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엠비코리아(-14.35%), 에스씨디(-13.18%), 롯데지주(-13.14%), 유니슨(-12.9%)의 하락 폭이 컸다. 롯데지주는 지난 1일 4조6317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이 22일 4조233억원이 됐다. 한일 경제 갈등이 심화한 3주간 시총 6085억원이 증발했다.

티씨케이, 에스원, 모아텍 등 3곳은 1일 대비 주가가 소폭 상승했다.

반사이익 본 솔브레인, 삼화전기, 액트 

일본이 직접 투자한 국내 기업 중 도리어 주가가 크게 오른 회사도 있다.

이달 증시에선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관련주들이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를 수 있도록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일본이 세계 MLCC 시장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일본의 무역제재 범위와 강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MLCC 관련주인 삼화전기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1일 기준 19.39% 상승.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된 에칭 가스(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솔브레인은 한때 40% 가까이 주가가 올랐다. 솔브레인은 스텔라케미파와 합작으로 만든 자회사 '훽트'를 통해 반도체 제조용 고순도 불화합물(HF, NH4F)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기업 다수가 최근 솔브레인이 생산하는 소재를 활용한 제품 생산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업체 액트도 비슷한 이유로 덕을 봤다.

일본 자본 투입된 국내기업 3170개 

일본은 한국에 총 52조원을 투자해, 미국(총 투자액 94조원)에 2위 국가다. 전체 외국인 투자의 13%에 해당한다.

이중 '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만 따져봤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정의하는 FDI는, 외국인이 최소 1억원 이상을 투자해 국내기업 주식의 10% 이상을 소유하거나, 5년 이상의 장기차관을 제공하는 것이다. FDI는 그 나라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산자부에 따르면, 한국 내 외국인직접투자 기업은 1만8725개다(2018년말 기준). 1위는 중국(3205개), 2위 일본(3170개), 3위 미국(2211개)이다.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6.9%다.

일본 FDI는 산업 유형별로 도·소매 유통기업이 944개로 가장 많다. 일본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거나 국내 제품을 일본에 수출하는 기업들이다. 도요타, 소니, 미쓰비시, 히타치 등의 한국 판매법인도 여기에 속한다.

기계장비·의료정밀기기(330개), 전기·전자(289개), 정보통신(225개) 분야가 뒤를 이었다.

경제 보복 그 후, 주가 4% 하락

외국인직접투자 기업 중 국내 증시 상장사는 197곳으로, 이중 일본 투자 기업이 73곳(37%)이다.

이들 73개 사의 주가는 2일부터 4일까지는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8일 3.31%p 급락했다. 이후 15일과 16일 증가세를 보였지만 18일 다시 1%p가량 하락했다. 19일 반등(0.97%p 상승)이 일어났지만, 22일 다시 떨어졌다. 1일 대비 지수 하락률은 4.39%였다. 이 기간 국내 증시 변동(-1.76%)보다 하락폭이 컸다.

글·그래픽·데이터분석 =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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