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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례 산불, 똑같은 신고자…무기계약직 공무원 되려 자작극 벌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3일 오후 10시58분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공수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사진 강원지방경찰청]

지난 5월 3일 오후 10시58분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공수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사진 강원지방경찰청]

무기 계약직 공무원이 되고 싶어 산불을 내고 직접 신고하는 ‘산불 자작극’을 벌인 기간제 근로자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박이규 부장판사)는 산림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39)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부터 강원도 양구군에서 계약직으로 고용돼 산림 및 수목 관리 등을 담당했다.

30대 기간제 근로자 지난 3월부터 4차례 산불 #산불 피해 범위 예측 불가 진화도 어려워 중형

경찰에 따르면 기간제 계약직 근로자 신분인 A씨는 무기 계약직으로 신분이 전환되지 않자 불만이 쌓여갔다. A씨는 산불이 발생한 사실을 빨리 신고하면 공로를 인정받아 신분 전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산불을 지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지난 3월 3일부터 지난 5월 10일까지 양구읍 공수리와 웅진리 일대 군유림과 사유림 등에 고의로 불을 내 5900㎡의 임야를 태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신이 3차례나 산불 신고를 했는데 양구군에서 신분전환을 시켜주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10일 공수리 인근 야산에 1차례 더 산불을 냈다.

산불 현장 3곳 모두 신고자 같아 덜미
2016년부터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해 온 그는 양구군청 산불진화대 상황실에 근무한 경력이 있어 지역의 산불감시체계와 취약지역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재판부는 “범행 횟수가 많고 피해 규모도 적지 않다. 산불은 피해 범위 예측은 물론 진화도 어려워 인적·물적 큰 피해가 날 수 있다”며 “산림 방화 등 이 같은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검거 직후 A씨는 경찰에서 “산불을 조기 신고한 공을 인정받아 무기 계약직으로 신분전환을 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당시 경찰은 산불 신고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고자인 A씨가 산불 현장 3곳에 모두 있었던 점을 의심했다. 이후 A씨를 추궁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은 산불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앞으로도 방화 및 실화 행위는 엄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구=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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