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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탓 대장’ 트럼프, 인종차별 논란 커지자 이번엔 지지자 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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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노스 캐롤라이나 그린빌 유세장에 도착하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 노스 캐롤라이나 그린빌 유세장에 도착하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유색 여성 의원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연타 공격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엔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노스 캐롤라이나 그린빌 유세 중 민주당 유색 여성 의원 비판을 이어갔고, 지지자들은 “그녀를 돌려보내라(Send her back)!”는 구호를 연거푸 외치며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후 “그린빌, 고맙다(Thank you, Greenville)!”는 트윗을 올렸다.

그러나 다음날인 18일 기자들이 “돌려보내라” 구호에 대해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 구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그 구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는 이어 “내가 한 말이 아니다. 그들(지지자들)이 한 말이다”라고도 말했다. 해당 유세와 구호가 인종 차별 논란에 불을 붙이자 지지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분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기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지자들이 그 구호를 외칠 수 있게 몇 초간 내버려둔 건 대통령이다”라고 지적하자 그는 “정말? 거기 엄청 시끄러웠다”며 답변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너희들이 온 곳으로 돌아가라"는 트윗을 올린 대상인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15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너희들이 온 곳으로 돌아가라"는 트윗을 올린 대상인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15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기자들이 “그렇다면 다음 유세에선 지지자들이 그 구호를 외치지 못하게 할 거냐”고 묻자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질문을 되풀이하자 “그렇게 해보겠다. 분명히 그러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너희들이 온 곳으로 돌아가라(Go back where you came from)”이라며 민주당의 비(非) 백인 초선 여성의원 4명을 공격했다. 이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상정했으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과반이 반대표를 던지며 내부 분열만 가중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백인 지지층의 세력 결집에 성공하는 등 이번 인종 차별 발언으로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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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사태가 ‘미투’ 운동에 이어 '허드 투(나도 들었다, Heard too)' 캠페인으로 번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한 발 빼는 모양새다. 공화당 지도부 내에서도 인종 차별성 발언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이날 공화당 지도부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조찬 모임에서 유세장 구호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지도부는 펜스 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 지도부가 우려를 갖고 있음을 전달해달라고 말했고, 펜스 부통령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17일 그린빌 유세에서 주요 공격 대상이 됐던 소말리아계 일한 오마 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로부터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일고 있다. 오마 의원은 “내가 두려운 것은 나와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안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파시스트”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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