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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광주세계수영 표 90% 팔렸는데 텅 빈 관중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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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박소영 스포츠팀 기자

박소영 스포츠팀 기자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가 한창이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주관하는 대회로 2년마다 열리는 스포츠 빅 이벤트다. 여름·겨울 올림픽과 축구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과 함께 세계 5대 국제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그런데 대회가 열리고 있는 광주에선 정작 뜨거운 열기를 느끼기 어렵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17일 현재 5개 종목(경영·다이빙·수구·아티스틱 수영·워터오픈 수영)의 입장권 판매율이 89.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관중석은 텅텅 빈 경우가 많다. 현장 매표소도 한산하다. 수구 경기장 매표소 직원에게 하루에 몇장이나 표가 팔리는지 물어보니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많이 안 팔린다는 뜻이다.

16일 광주 서구 염주종합체육관 아티스틱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듀엣 프리 루틴 예선 경기가 열리는 가운데 관중석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16일 광주 서구 염주종합체육관 아티스틱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듀엣 프리 루틴 예선 경기가 열리는 가운데 관중석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어떻게 판매율이 90%에 가까운 것일까. 공공기관과 시 산하기관 등에서 입장권을 대량으로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매한 표는 공무원과 관계자에게 ‘공짜’로 뿌려졌다. 그래서인지 관중석에는 단체관람을 하러 온 초·중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이런 상황을 조직위나 광주시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공무원과 시 산하기관 직원까지 동원해 ‘관중석 메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공무원증이나 사원증을 제시하면 경기장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부서별로 몇 명이나 경기장에 가는지 조사한 뒤 보고까지 하게 했다. 그나마 방송에 중계되는 일부 경기에는 관중이 많은 편이다. 광주시가 조직한 시민 서포터즈 수 백명이 자리를 메워준 덕분이다. 아직 ‘수영의 꽃’인 경영이 열리지 않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량을 감상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이번 대회를 치르는 데는 총 2244억원이 들어갔다. 광주시와 조직위는 평창 겨울올림픽 예산의 5.24%에 불과한 ‘아주 적은’ 비용이라고 강조한다. 평창올림픽과는 다르게 대회가 끝난 뒤 경기장을 모두 철거하기 때문에 사후 관리비용도 들어가지 않는다며 “적은 살림으로 대회를 잘 꾸렸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그 비용 중에는 공짜로 뿌려진 대량의 입장권 구매 비용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광주시는 “국제 대회 유치로 인한 홍보 효과가 상당하다”며 다른 국제 대회도 유치하고 싶다는 의욕을 보인다. 그동안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땀을 흘린 광주시와 조직위의 열정과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 적잖은 예산이 소요되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할 때는 경제 효과와 관광 수입, 대중의 관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소영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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