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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안 압도적 부결…의기양양 트럼프, 불화 노출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제3회 '미국 제품 전시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제3회 '미국 제품 전시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1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이번 탄핵안은 민주당의 여성 비(非) 백인 초선 의원 4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인종차별적 트윗을 하며 불거졌다. 민주당의 앨 그린 하원의원이 탄핵 결의안을 냈지만 332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95명만 찬성하며 부결됐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235석)에서도 탄핵 반대표가 나왔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안 부결 직후 기자들에게 “탄핵이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이걸로 끝”이라며 “민주당은 이제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한 민주당 초선 여성의원들. 왼쪽부터 라시다 틀라입, 일한 오마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아이아나 프레슬리 하원의원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한 민주당 초선 여성의원들. 왼쪽부터 라시다 틀라입, 일한 오마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아이아나 프레슬리 하원의원 [AP=연합뉴스]

이어 재선을 위한 선거 유세장에서는 더욱 본격적으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빌에서 열린 대선 유세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끊임없이 파괴하려는 증오로 가득 찬 극단주의자들이 미국에서 떠나게 하자”고 주장했다. 소말리아계 무슬림인 일한 오마르(37ㆍ미네소타) 의원을 콕 집어 거명하면서다.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도 “그녀를 돌려보내라(Send her back)!”고 외쳤다. 이어 팔레스타인계 라시다 틀레입(42ㆍ미시간) 의원을 거명하면서는 “미국의 대통령인 나에게 ‘f워드(욕설)’을 했다.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29ㆍ뉴욕) 의원에 대해선 “멕시코 국경 이민 보호시설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전체를 겨냥해선 “대통령을 탄핵하고 싶어하는 건 망신”이라며 “(민주당이) 미쳐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분열 논란은 오히려 지지층 세 결집에 효과를 냈다는 관측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15~16일에 걸쳐 미국 전역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 중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지난주 같은 조사에 비해 5%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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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은 이번 탄핵안 부결로 뒷맛이 씁쓸하다. 같은 당의 정치 신인을 감싸지 못했다는 시선과 함께 당내 불화가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그린 의원이 탄핵안을 상정하긴 했으나 당의 ‘왕언니’ 격인 낸시 펠로시(79) 하원의장은 탄핵안에 우려를 표명했다. 상원이 여당인 공화당에 장악된 상황에서 상원 통과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세 결집과 같은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 [A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 [AP=연합뉴스]

펠로시 의장과 민주당 지도부의 복안은 탄핵이 아닌 기소에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내년 재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소될 경우 선거운동에 심각한 차질을 줄 수 있어서다.
이번 탄핵안 부결로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중도파와 당내 일부 소장 급진파 간의 골만 깊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좋은 일만 해준 셈이라는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NYT는 “탄핵안이 실패하면서 민주당의 분열상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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