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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과거에도 2~5일만에 北 주민 송환했다는 통일 장관 말 맞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5일 강원 삼척 부둣가로 북한 주민 4명이 목선을 타고 입항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의혹이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야권은 지난 3일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 발표 후 “의혹 해소는커녕, 오히려 증폭시켰다”고 비판하며 국정조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오전 6시50분께 강원 삼척시 정라동 삼척항에 자력으로 입항한 북한 주민 4명이 북한에서부터 타고 남하한 목선에 서 있는 상태로 삼척항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5일 오전 6시50분께 강원 삼척시 정라동 삼척항에 자력으로 입항한 북한 주민 4명이 북한에서부터 타고 남하한 목선에 서 있는 상태로 삼척항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대표적인 논란은 북한 주민 4명 중 2명을 정부가 조사 사흘 만에 북한으로 다시 돌려보냈다는 점이다. 통일부 설명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발견 당일 7시간 11분간 면담조사→16일 북한에 송환계획 통보→17일 북한에서 인수 의사 표시→18일 판문점 통해 송환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귀순할 목적이었는데 속전속결로 돌려보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지나치게 말끔한 인민 복장, 배에 있던 엔진과 GPS, 풍부한 식량 등 정황 때문이다. 국방부 차관 출신인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북한 눈치 보기라는 의심을 받기 충분하고 그런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 이유다.

◇김연철 “과거 유사 사례에서도 2~5일 만에 송환”

이 때문에 지난달 25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이와 관련한 의원들 질의가 쏟아졌다.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그동안 북한에서 넘어오면 송환까지 아무리 빨라도 6~10일 정도 걸렸다. 3일 만에 서둘러 북한에 보낸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선박 삼척항 입항 사건 등에 대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선박 삼척항 입항 사건 등에 대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도 “북한 목선이 바다에서 하룻밤 동안 엔진을 끄고 대기했다는 것은 ‘귀순’ 아니겠나. 4명 모두 귀순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연철 장관은 “과거 유사 사례를 봐도 송환까지는 2~5일이 걸렸고, 2015년 12월의 경우 하루 만에 송환한 사례도 있다”고 반박했다. “송환 전 2시간밖에 조사 안 했다는 건 사실이냐”(이정현 의원)는 질의엔 “조사시간은 만 하루가 넘었다”고 답했다.

◇합동조사팀 “조사시간은 7시간 11분”

일단 “조사시간은 만 하루가 넘었다”는 김연철 장관의 설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일 북한 목선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정부 합동조사팀은 “발견 당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41분까지 7시간 11분간 북한인 4명에 대한 개별 면담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사 전 의료검진에 걸린 29분간을 포함하더라도 7시간 40분간으로, 김 장관이 말한 ‘만 하루(24시간)’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 3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북한 소형목선 상황 관련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3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북한 소형목선 상황 관련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합동조사팀에선 북한 주민 2명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귀환 희망 의사를 표명한 데 따라 보낸 것이라고 한데 대해서도 한국당은 “단시간 심문에서 어떻게 조속히 북송하기로 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다른 상황 때문에 개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북한으로 돌려보냈다는 의심을 할 만하다”고 했다.

◇과거 유사 사례에선 34일 만에 송환

“과거 유사 사례를 봐도 송환까지는 2~5일이 걸렸다”는 해명 역시 사실과 달랐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달 삼척 목선 사건까지 월남한 북한 주민을 송환한 사례는 총 52건이었다. 이 중 50건은 선박 고장 등의 이유로 바다 위에서 표류 중이던 북한 주민들이었다.

2008년~2019년 6월까지 월남 북한주민(민간인) 송환 현황표. [사진 김도읍 의원실]

2008년~2019년 6월까지 월남 북한주민(민간인) 송환 현황표. [사진 김도읍 의원실]

삼척 목선을 포함해 우리 육지에 접안한 사례는 딱 2번뿐이다. 먼젓번 사례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12월 25일 있었다. 이날 우리 해군은 서해에 접안한 북한 주민을 발견했는데, 그는 예인선과 연결된 로프가 끊어진 무동력 바지선을 타고 표류해왔다.

우리 당국은 ‘대공 혐의점’을 집중 조사한 끝에 34일 만에 북한으로 송환했다. 예인선에서 낙오됐다는 점, 무동력선이었다는 점은 동력선을 타고 내려온 이번 삼척 목선에 비해 대공 혐의점이 적어 보이기에 충분하지만, 송환까지 걸린 시간은 10배 이상이었던 셈이다.

또 해상에서 북한 주민이 발견됐음에도, 송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경우가 더러 있었다. 2010년 12월 3일 서해상에서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우리 군에 발견된 북한 선박의 주민 3명은 송환까지 34일이 걸렸다. 또 2011년 2월 5일 서해상에서 항로착오로 월남한 북한 선박 주민들 역시 송환에 51일이나 걸렸다.

김도읍 의원은 “정부는 북한 주민을 유례없이 3일 만에 북송했다. 왜 그렇게 된 건지에 대해선 납득 가능한 아무 설명도 없었다”며 “김연철 장관이 명백한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난 이상, 삼척 목선 국정조사에는 통일부의 왜곡·축소 발표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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