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규제 OUT’ 레드카드 꺼낸 박용만 회장

중앙일보

입력

대한상의 44회 제주포럼 개막

2019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막식을 발표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제주 = 문희철 기자.

2019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막식을 발표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제주 = 문희철 기자.

“규제의 ‘덫’이 기업인의 발목을 옭아맨다.”

한국 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활로를 찾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자리에서 외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쓴소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제주도 호텔신라제주에서 '제44회 제주포럼'을 개최했다. 1974년부터 시작해 국내 최고경영자(CEO) 모임의 ‘원조’로 불리는 제주포럼은 전국 상공인·기업인을 비롯해 국내·외 석학과 정부 관계자가 모이는 자리다.

제주포럼 로고. 제주 = 문희철 기자.

제주포럼 로고. 제주 = 문희철 기자.

이들에게 박용만 회장이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바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규제 올가미’다. 그는 “아직도 많은 기업에는 (기업을 육성하기는커녕) 창업하는 것 자체가 큰 성취(처럼 느껴질 정도로 규제가 심각한) 상황이 현실”이라며 “젊은 기업인이 규제 때문에 애로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성세대가 잘못해서 놓은 덫이 그들의 발목을 옭아매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그가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규제 플랫폼부터 재점검하자”고 제안한 배경이다.

규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국 사회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규제’라는 장치가 사라지면 우리 사회가 대혼란(total chaos)에 빠진다는 공포가 저변에 깔려있다”며 “때문에 그간 입법 관행은 부작용을 예상하고 이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제는 ‘선진국형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용만 회장의 제안이다. 그가 말하는 선진국형 규제는 쉽게 말해서 기업이 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만 선택적으로 나열하는 규제 방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가능한 행위만 콕 찍어서 규정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경우가 다수다. 박 회장은 “당국은 기업이 ‘절대 넘지 말아야할 선’만 법으로 담는 방식을 이제는 공론화하자”고 말했다.

“日 수출규제 조급한 행동 금물”

기업인이 대거 모인 자리인 만큼,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를 대상으로 한 수출규제 사태도 화두였다. 이 자리에서는 일본 정부의 비이성적인 대책에 한국이 감정적으로 대처하거나 조급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본과 갈등 과정에서 민낯이 드러난 한국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제안도 등장했다. 기업별로 대일 거래의 과거·현재·미래를 검토하고 경쟁력 강화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19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규제 개혁을 외쳤다. 제주 = 문희철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19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규제 개혁을 외쳤다. 제주 = 문희철 기자.

물론 이 과정에서 ‘규제’라는 걸림돌이 다시 한 번 등장했다. 박용만 회장은 여·야·정을 언급하며 “기업이 소재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이나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복잡한 인허가절차나 예상치 못한 장애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일본 수출 규제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인 만큼, 기업의 대응책에 정부가 전폭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앙일보는 기해년 연초부터 과도한 규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 ‘규제 아웃(out)’ 캠페인을 연중 진행 중이다. ▶중앙일보 신년기획 ‘규제 OUT’ 시리즈
제주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