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신년기획 규제 OUT

한국은?

한국은 수많은 규제로 움직이는 ‘규제 공화국’이다. 수많은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갖고도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해 신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새 규제 만들기에 한창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1500개 기업 관련 법안 중 800개 이상이 규제 법안”이라고 할 정도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는 지난해 가장 시급한 개선점(53.5%)으로 규제 완화를 꼽았다.

동남아는?

동남아시아가 스타트업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인프라와 인재 등이 한국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은 옛말이다. 중국의 스타트업 열풍은 말할 것도 없다. 비결은 '탈 규제''규제 혁파'다. 말레이시아에선 2017년에만 749개, 베트남에선 1529개의 기업가치 1000만 달러(약 112억원)의 스타트업이 태어났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국과 중국의 혁신기업을 지난해 11월~12월 찾아 성공 비결과 각국 정부의 지원책을 살폈다.

식당에선 ‘합법’, 구내식당에선 ‘불법’…외국인 근로자 고용 규제

한국은?

‘출근은 새벽 5시까지입니다. 다만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퇴근은 빠릅니다. 4대 보험 가입은 물론, 여러 가지 복리후생제도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단체 급식 사업장에서 주방 보조 인력을 구할 때 게재하는 채용 문구다. 하지만 채용 공고를 내도 문의는 거의 없다. 하루 수천 명이 이용하는 대기업 구내식당에서 근무 중인 김옥희(52) 씨는 “구내식당 주방 보조 일이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인력 충원이 안 된다”라며 “조리실 보조 인력 1명이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70명의 하루 식사를 챙기는 실정”이라고 했다.

베트남은?

끓어오르는 베트남 경제를 상징하는 초고층 건물 중에서도 유독 높게 솟은 건물이 있다. 68층(262m) 높이의 ‘바이텍스코 파이낸셜 타워’다. 2010년 11월 문을 연 이 건물은 상업 도시 호찌민의 상징적인 건물이자 360도 파노라마 조망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또 베트남 대표 IT기업으로 손꼽히는 시드컴(Seedcom)그룹의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 유전자 분석 키트 파는데, 한국선 검사 항목도 규제

한국은?

유전자 검사 항목 규제가 대표적인 역차별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해외 유전자 분석 기업에 대한 적당한 규제가 없다 보니 국내 기업이 역으로 차별받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통해 개인 의뢰 유전자 검사 항목을 기존 12종목에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개인 의뢰 유전자 검사를 허용하는 안을 논의하는 중이다.

중국은?

’중국 AI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투자 중 60%가 중국에서 일어난다. 2020년 중국에서 AI 관련 산업 규모는 1조 위안(약 16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풍부한 인재 풀도 중국이 AI 대국이 될 수 있는 근간이다. 'AI 인재를 많이 보유한 국가' 순위에서 중국(1만8232명)은 미국(2만8536명)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다. 한국은 2664명으로 15위에 불과하다.

시장 반찬 온라인몰 꿈꾸던 수원 못골시장의 좌절

한국은?

최근 경기 수원시 지동 못골종합시장에서 만난 이충환(47) 상인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상인회는 2012년 못골시장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온라인몰을 구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00여 개의 식품 점포가 모여 있어 시장 제품만으로 꾸린 '명절 선물세트' 등을 내세우기로 했다. 전통시장으로선 최초의 시도였다. 의욕도 넘쳤다.

베트남은?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유달리 ‘젊은 국가’로 손꼽힌다. 베트남 국민 평균 나이는 30세로, 전체 인구인 9500만명의 50%가 30세 이하다. 이는 베트남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인터넷 보급률도 빠르다. 베트남 인구 10명 중 6명이 인터넷을 이용한다. 이렇게 젊은 인구와 인터넷 보급 수혜를 톡톡히 본 기업이 VNG그룹이다.

핀테크 혁신에 날개 다는 미ㆍ중...한국선 '온라인 카드깡' 낙인

한국은?

지난달 31일 들른 홍성남(49) 팍스모네 대표의 사무실은 성인 두 사람이 들어가기에도 좁았다. 그는 "프로그램 개발자를 포함해 14명이 일하는 사무실을 강남에 둔 적도 있었는데 회사 사정이 어려워 3년 전 공유오피스로 옮겼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사무실 캐비넷에서 검은색 표지의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냈다. 그가 "회사의 보물"이라고 표현한 책을 펼치자 각종 수식과 그림을 볼 수 있었다. 홍 대표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신용카드 간 지불결제 시스템 프로그램 코드를 기록한 책”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의 중심가 센톤 웨이에 있는 AXA타워. 지난해 12월 17일 이곳에서 만난 피에르 포이그넌트(40ㆍPierre Poignant) 라자다그룹 최고경영자(CEO)를 CEO 선임 4일째 되는 날 인터뷰했다. 그는 기자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라네기’를 대화의 소재로 꺼냈다. “한국에서 왔으면 ‘라네기’를 잘 알 것이다. 라네기는 우리 사이트에서 여러 번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동남아에서는)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20년 잔디박사 이효연의 오기 "10만원이라도 팔고싶다"

한국은?

GM 잔디에 대한 국내 재배 승인 절차가 11년째 결론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뭘까. 이는 부처별로 제각각인 GM 작물 위해성 평가 심사 과정 때문이다. 유전자변형생물체법은 GM 작물 국내 재배 승인에 앞서 위해성 심사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심사에 농림축산식품부ㆍ환경부ㆍ보건복지부ㆍ해양수산부ㆍ식품의약품안전처 등 7개 정부 부처가 각각 관여한다. 이와 달리 일본은 GM 작물의 환경 영향 평가는 농림수산성과 환경성이 공동으로 꾸린 위원회가 맡도록 단순화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은 ‘유니콘의 요람’으로 불린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에선 3.5일에 한 개 꼴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업종도 인공지능(AI)에서부터 핀테크, 교통, 인터넷 보안, 헬스케어 등 다양하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 팀장은 “중국은 거대 IT기업으로 성장한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 텐센트 등이 자국 내 유망 유니콘 후보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유니콘이 유니콘을 키워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버보다 2년 빨랐지만...한국 콜버스 '기구한 사연'

한국은?

콜버스가 처음 등장한 건 2015년 12월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의 원조’ 우버보다도 빨랐다. 25인승 전세 버스로 강남에서 13개 서울 자치구로 승객을 실어 날랐다.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400여명을 넘어서면서 야근이 잦은 직장인에게 ‘택시보다 나은 버스’로 불렸다. 콜버스는 더는 운행하지 않는다. 콜버스를 운영하던 벤처기업 콜버스랩은 지난해 5월 콜버스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했다. 정부가 세운 ‘규제의 벽’에 막혀서다.

말레이시아는?

그랩은 사업 초반부터 축적된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었고, 우버의 동남아 사업권까지 ‘접수’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또 일찌감치 재무부 산하에 국가 규제 샌드박스 사무국을 운영하면서 규제 완화에 앞장서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사무국은 한국에선 올해에야 가동 예정이다. 카오딤의 제프리 청 CEO도 “제약 분야가 아니라면 스타트업에겐 딱히 규제 같은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