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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청소 안하면 세균바람 쌩쌩…폐렴 위험 높은 ‘레지오넬라증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폭염에 따른 종합병원, 백화점 등 대형건물의 냉방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호흡기 감염증인 레지오넬라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들어 194명 집계…지난해 절반 넘어 #공동건물, 냉각수탑 위생 관리 중요

1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신고된 레지오넬라증 감염자는 19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305명)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올해 감염자는 지난해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월별로 보면 4월 22명 발생한 데 이어 더위가 시작되는 5~6월에만 76명으로 조사됐다. 7월에는 12일 기준 14명이 신고됐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자료 질병관리본부]

레지오넬라증은 지난 2000년부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의료기관들이 감염자 발생을 보건당국에 신고한다.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회의장에서 재향군인회 모임 이후 이 세균에 감염된 100여명의 환자가 발견되면서 재향군인을 뜻하는 영어 ‘legion’에서 명명됐다. 미국 등 해외에선 집단감염 사례도 보고됐다.

레지오넬라균은 고여있는 더운물(25~45℃)에서 잘 자라 여름철과 초가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주로 대형건물 냉각탑수, 에어컨, 샤워기, 수도꼭지, 가습기, 분수대, 목욕탕, 찜질방 등 오염된 물에 존재하던 균이 호흡기를 통해 사람에게 흡입돼 감염된다. 사람 간 전파는 되지 않는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자료 질병관리본부]

원인균은 같지만 증상에 따라 폐렴형과 독감형으로 나뉜다. 주로 폐렴형이 많은데 40도 이상의 발열과 기침, 근육통, 두통, 전신 피로감 등을 동반한다. 심할 경우 호흡곤란이 올 수 있고, 종종 합병증으로 심근염, 심외막염, 부비동염, 봉소염, 신우신염 등도 일어날 수 있다. 체온이 급격히 오르고 가래가 별로 없는 마른기침을 하는 게 특징이다. 독감형은 발열과 오한, 마른기침, 콧물 등 초기 독감과 비슷한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조기 치료 시 완쾌되지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사율이 30%에 이르는 치명적 질환이다.

대부분 감염자는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50세 이상 중장년층이다. 강재헌 강북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성폐질환자, 흡연자, 암 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면역저하자의 경우 레지오넬라균 감염 위험이 크다”며 “폐렴형인 경우 적절한 항생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할 위험도 높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경미한 증상을 나타내는 독감형은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다. 독감형은 2∼5일간 증상이 지속하다가 1주일 안에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초기에는 감기 등 다른 질환과 구별할 수 있는 특징적 증상이 없기 때문에 마른기침, 두통과 발열, 권태감 등 증상이 있으면 감염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예방을 위해선 에어컨 필터, 냉각기 등의 정기적 소독과 점검이 필수다. 다중이용시설 관리자는 정기적으로 물 공급 시스템을 소독하고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되지 않았는지 검사해야 한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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