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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대학교수 엄마 덕 봤나…'부정입학’ 논란 서울대생, 입학 취소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균관대 교수인 엄마의 도움을 받아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딸 A씨가 입학 취소될 처지에 놓였다. [연합뉴스TV]

성균관대 교수인 엄마의 도움을 받아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딸 A씨가 입학 취소될 처지에 놓였다. [연합뉴스TV]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방영돼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은 드라마 ‘SKY 캐슬’에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영 분)은 부모에게 이렇게 말한다. 18년도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원)에 합격한 A씨는 김주영 부럽지 않은 입시코디네이터가 있었다. 바로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인 어머니 이모씨였다.

A씨는 16년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학부생 연구프로그램’에 뽑혀 800만원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17년 7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이 연구과제의 동물실험은 A씨가 하지 않았다. A씨의 어머니 이씨는 이 실험을 자신의 대학원생 제자에게 시켰다. 실험 내내 A씨는 두세번 방문해 참관한 것이 전부였다. 실험이 한창이던 9월 A씨는 캐나다로 교환학생을 가 있는 상태라 아예 실험에 참여할 수 조차 없었다.

지난해 12월 방영돼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는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이 나온다. 그는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한다"며 학부모를 압박한다. [일간스포츠]

지난해 12월 방영돼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는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이 나온다. 그는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한다"며 학부모를 압박한다. [일간스포츠]

직접 참여하지도 않은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A씨는 보고서와 포스터 등을 만들어 대한면역학회,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상도 받았다. A씨가 단독저자로 17년 발표한 논문을 쓸 때도 대학원생이 동원됐다.

연구뿐 아니라 봉사활동 기록도 ‘가짜’였다. A씨는 대학원 입시 자기소개서에 54시간의 시각장애인 점자책 입력 봉사활동을 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 역시 이 교수의 대학원생 제자가 대신한 활동이었다. 이씨는 제자에게 사례금으로 50만원을 줬다고 한다.

이씨의 ‘입시 코디’는 딸이 고등학생일 때도 있었다. A씨는 고3이던 2013년 국제청소년학술대회에 참가했다. 이 교수는 딸의 발표자료(PPT) 작성도 대학원생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A씨 이 대회에서 ‘우수 청소년학자상’을 받았고, 대학 입시에서 ‘과학인재특별전형’ 입시자료로 활용해 서울대에 최종 합격했다.

이씨의 갑질과 A씨의 부정행위는 결국 교육부와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제보를 받은 뒤 특별조사에 들어갔고 올해 3월 성균관대에 이 교수에 대한 "중징계(파면)"를 요구했다. A씨도 서울대 치전원 입학이 취소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대 “입학취소 절차 밟는 중”

서울대학교는 11일 치전원 측이 지난달 입학 및 시험위원회를 열고 성균관대 약학대학 이모 교수의 딸 A씨에 대한 입학취소 처분을 결정하고 대학본부에 통지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입학고사관리위원회는 발표 하루 전 회의를 열고 치전원의 결정을 심의했다고 한다. 그 결과 A씨의 입학취소가 정당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A씨에 대해 자체 조사와 교육부 조사, 검찰 수사 결과를 검토해보니 연구실적이나 다른 부분에서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부정한 방법으로 치전원에 입학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씨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9일 열린 이 교수의 첫 공판기일에서 이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이 사건 보고서나 논문 작성에서 대학원생들의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러한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보고서나 논문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5월 이 교수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하고, 딸 A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한 바 있다. 서울대 측은 A씨의 입학취소 여부에 대해 오는 17일 대학원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한 뒤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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