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카레이싱 영화 2편 … 속도는 목표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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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나란히 개봉하는 미국 영화 '카'와 '패스트&퓨리어스:도쿄 드리프트'는 레이싱과 인생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할 점을 던져 준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조금 더디 가더라도, 설사 승부에서 지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라는 것. 속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카레이서라도 주변에 도와주는 친구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영화는 카레이싱이란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이 전혀 다르다. '카'는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가 최근 디즈니와 합병한 뒤 처음 내놓은 작품으로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주인공은 '꼬마 자동차 붕붕'을 연상시키는 사람 같은 레이싱카 '라이트닝 매퀸'. 피스톤컵 대회에 출전한 그는 동료를 깔보는 안하무인의 태도 때문에 우승을 놓치고 재경기 판정을 받는다. 재경기가 열릴 캘리포니아로 향하던 그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도로변에 있는 시골 마을에 머물게 된다. 한때 번화했던 이곳은 마을을 비켜 가는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여행자의 발길이 뜸해진 곳. 여기서 매퀸은 마음이 따뜻한 이웃을 만나 서서히 동화되고, 마침내 승부보다는 다른 자동차(사람)를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된다.

'카'는 어린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어른의 가슴에도 와 닿을 수 있는 정서를 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점점 쇠퇴하는 운명에 놓인 시골에 대한 그리움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도시와 도시를 더욱 빠르게 이어 줬지만 그 사이에 있는 시골 마을의 후퇴와 쇠락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배경은 미국이지만 관객은 어느새 한국의 농촌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가 하면 '패스트…'는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카레이싱을 즐기는 반항적인 청소년들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다. 사고뭉치 고교생 숀(루카스 블랙)은 공사장에서 차를 몰다 문제를 일으켜 도쿄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여자 문제로 드리프트킹(브라이언 티)에게 카레이싱으로 도전했다가 처참히 깨진다. 이후 숀은 드리프트킹의 동업자 한(성 강)에게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지만 야쿠자와 연결된 드리프트킹은 돈 문제로 한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러자 숀은 한과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드리프트킹에게 다시 레이싱으로 도전한다.

과거 국내에 '분노의 질주'로 소개된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로, 현란한 레이싱 장면이 보는 이의 눈을 시원하게 한다. 영화에서 일본 청소년으로 나오는 성 강은 사실 재미동포 2세(본명 강성호)이며, 브라이언 티도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과 인연이 깊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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