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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획자' 탁현민이 밝힌 행사 기획·연출 성공 노하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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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 [뉴스1]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 [뉴스1]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특별하고 의미있는 행사 기획·연출의 핵심은 행사의 주인공을 위하는 진정한 마음에 있다"며 공연 기획자로서 쌓아온 노하우를 공개했다.

탁 자문위원은 10일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 국제습지센터에서 열린 순천시 정책아카데미 특강에서 '품격과 스토리가 담긴 행사기획'을 주제로 강의에 나섰다.

그는 지금까지 연출한 대통령 행사를 사례로 '행사의 본질을 생각하는 주관자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행사에 감동을 주고 싶다면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한 탁 자문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초로 참석한 이순진 합참의장 이임식을 사례로 소개했다. 탁 자문위원에 따르면 행사 당일 비로 인해 야외행사가 어려워졌고, 이 장군에게 경의를 표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탁 자문위원은 "'형태로 보여줄 수 없다면 내용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 장군이 원하는 것을 준비해주자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했다. "현역 대위인 아들에게 전화해 (아버지인 이 장군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것을 물었다. 이 장군이 30여회 이사 하며 해외여행을 못해봤다는 것을 알았고, 딸이 사는 캐나다 왕복 항공권을 대통령이 선물로 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현역 대위인 아들에게 수상 보조를 부탁했다. 아버지의 가장 명예로운 순간을 같은 무대에서 느끼고 함께 하도록 배려했다"며 행사의 본질을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사 주인공을 위하는 주관자의 진정성도 중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지난해 6.25 참전용사 유해 봉환식에서 문 대통령이 50여분간 유해 위에 일일이 참전 기장을 놓는 장면은 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했다. "행사의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고 유일한 방법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참전용사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모두의 예상을 깨고 50분 동안 반복된 행동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탁 자문위원은 5·18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유족을 안아줬던 장면을 기억에 남는 일화로 꼽았다. 그는 "문 대통령은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분이신데 매우 감동적이었다"며 "이 장면 하나 때문에 전체 행사가 달라 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통령이 의전을 받으려고 하지 않으니 누구도 받을 수 없었다. 대통령이 스스로 주인공의 자리를 내줘 대통령 행사가 전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환송행사 때 배경음악으로 서태지의 '발해를 꿈꾸며'를 선택한 배경과 뒷이야기도 전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는 밤 9시 10분쯤 '평화의 집' 앞에서 환송행사를 했고, 이 때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표한 3집 앨범 타이틀곡 '발해를 꿈꾸며'가 흘러나왔다.

탁 자문위원은 행사에 '발해를 꿈꾸며'를 사용하려면 작곡·작사가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게 예의라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곡을 사용하기 위해 서태지씨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나중에 연락이 닿았다. 서태지씨로부터 '20대 때 가사를 썻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줘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덕분에 마음의 짐을 덜어놓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공연 기획자로서 윤도현 밴드, 강산에, 정태춘·박은옥 등 다수의 공연을 연출한 탁 자문위원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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