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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경제보복에 웃는 삼성 경쟁사···마이크론, 홀로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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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의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본사.[AP=연합뉴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의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본사.[AP=연합뉴스]

미국 증시는 8일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실적 부진 전망에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는 0.43% 하락했고 기술주가 많은 나스닥 지수는 0.78% 떨어져 하락 폭이 더 컸다. 애플 주가가 2.06% 빠지면서 주도한 하락장이다. 반도체 설계회사인 램 리서치(-1.22%), 마이크로칩(-1.4%), 인텔(-0.54%) 등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도 내렸다. 그런데 이런 하락장에서도 나 홀로 상승한 기업들이 두드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들이었다.

"한·일 무역전쟁 최소 수개월" 장기화 전망 영향 #D램 3위, 낸드플래시 4위인 마이크론 2.5% 상승 #낸드플래시 2위 웨스턴디지털 2.8% 상승 역주행

세계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2.51%(0.99달러) 오른 40.4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선 40.45달러로 더 올랐다. 마이크론은 점유율 23%로 삼성전자(42.7%) 및 SK하이닉스(29.9%)와 D램 메모리 시장을 삼분하는 업체다. 마이크론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점유율 12.9%로 4위 업체다. 삼성전자(34.1%)가 1위, 2위 일본 도시바(18.1%), SK하이닉스는 9.6%로 5위다. 낸드플래시 점유율 3위 업체(15.4%)인 미국 웨스턴디지털도 이날 2.78% 주가가 올라 마이크론과 함께 나 홀로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의 경쟁사들만 하락장에서도 거꾸로 주가가 상승한 건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시작된 무역 분쟁이 장기화해 반사이익이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아시아의 두 경제 강국이 정치적 분쟁으로 인해 자신들만의 무역 전쟁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치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 스콧 시먼 아시아 담당 이사를 인용해 “한ㆍ일이 앞으로 최소 수개월 동안 보복 조치를 주고받으면서 양국 관계가 계속 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콧 시민 유라시아그룹 아시아담당 이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각각 2020년 총선과 7월 21일 참의원 선거 등을 앞두고 있어 물러서기를 꺼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스콧 시민 유라시아그룹 아시아담당 이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각각 2020년 총선과 7월 21일 참의원 선거 등을 앞두고 있어 물러서기를 꺼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시먼 이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의 일본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입장차를 해소하지 못한 데 특별히 화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은 아베 총리나 문재인 대통령 모두 각각 7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물러나길 꺼릴 것이란 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양국 국민의 악감정이 고조되면 서로 제품 구매나 관광 방문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는 한ㆍ일 양쪽을 고려해 언급을 꺼리며 침묵하는 반면 민간 기업 쪽에선 아베 총리가 일회성 선거용이 아니라 사태를 장기화할 의지가 강하다고 보는 쪽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일주일이 넘도록 침묵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사태를 미국 내 기업과 시장의 여론을 통해 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도 “미국은 한ㆍ일 모두의 동맹이자 친구로서 북한을 포함한 공동 도전에 직면해 3국의 강력하고 긴밀한 관계를 보장하는 것이 결정적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일본이 협상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불개입 입장이냐는 중앙일보 질의에 대해 지난 주말과 같은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공개적으로든, 막후에서든 3국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항상 추구하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다만 북핵과 관련해서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는 데 통일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을 추가했다. 한ㆍ일 반도체 무역에 대한 언급은 일절 피한 채 “비핵화 압박 유지”에 대한 관심은 보인 셈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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