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스타플레이어들의 특훈현장 탐방|레슬링 안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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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으랏차차』
30년생 아름드리 나무를 뿌리째 뽑고야 말것같은 젊은 레슬러의 우렁찬 포효가 태릉골의 새벽공기를 서늘하게 가른다.
한달째 계속되는 자신과의 싸움. 이제는 눈빛 하나만으로도 나무를 두동강 낼수 있을것만 같은 폭발적인 힘이 전신을 타고 흐른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2kg급 국가대표 안한봉 (한체대), 그의 여름은 전신을 불태우고 있는 금메달에의 집념때문에 오히려 냉랭하다.
지난해 대표선발전에서 라이벌 이재석 (88올림픽동메달리스트)에게 패해 올림픽메달 획득의 꿈이 무산돼 버렸던 안은 지난1월 대표팀에 복귀한 이후부터 세계정상의 꿈을 가꾸어 왔다.
선천적으로 힘이 좋고 쉴새없는 태클이 장기인 안은 지난3월 유럽 원정때 헝가리 국제대회등 5개대회에서 금3·은1·동메달1개 를 따내는등 맹위를 떨쳐 일약 한국레슬링의 최고유망주로 떠올랐다.
지난달 2일 일본에서 벌어졌던 아시아레슬링 선수권대화마저 제패한 안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오직 오는 23일부터 스위스 마팅니에서 벌어지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만을 목표로 태릉골 아름드리 나무들과 씨름하며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메달 획득보다 더욱 권위가 있는 세계선수권대회 제패는 참가선수의 규모나 기량이 훨씬 높아 그만큼 더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은 지난 66년 플라이급의 장창선이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23년동안 한체급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었다.
이때문에 안은 개인적인 한풀이와 함께 서울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낸 한국레슬링의 자존심까지 한꺼번에 회복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오직 비지땀으로 씻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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