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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제2 프로포폴' 판친다···20대女 사망, 주사삼촌도 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20대 여성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에토미데이트 불법유통업자 5명을 검거(2명 구속)했다.

20대 여성 욕조서 익사…'주사삼촌' 존재  

서울 강남경찰서는 5일 에토미데이트 중간유통업자 A씨(34) 등 2명을 구속(약사법 위반)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불법유통에 가담한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 B씨(43)를 비롯해 제약회사 직원, 성형외과 원장 등 3명도 함께 검찰에 넘겼다.

사건은 1월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 내 욕조에서 20대 여성이 익사한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부검 결과 여성의 몸에서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가 검출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이 여성은 에토미데이트 투약 후 의식이 저하된 상태에서 욕조에 있다가 익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타살 혐의점은 없었다.

경찰은 이 여성이 에토미데이트를 입수한 경로를 추적해 이를 투약해 준 남성을 붙잡아 자살방조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최근 에토미데이트가 강남 일대 유흥종사자들 사이에 급속히 유행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또 에토미데이트를 전문적으로 유통ㆍ투약시켜주는 일명 '주사삼촌'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의약품도매업체와 병원 간 커넥션  

에토미데이트는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당시 청와대 구입 약품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던 약물이다. 프로포폴이 개발되기 전 보편적으로 사용됐던 수면마취유도제다.

생김새와 효능이 프로포폴과 비슷해 '제2의 프로포폴'로도 불린다. 국내에서 제조되지 않아 제약사나 도매업체가 수입해 병원에 납품하는 구조로 국내에 유통된다.

경찰은 주사삼촌 A씨가 유흥종사자들만을 대상으로 광고문자를 발송한 뒤 에토미데이트를 주사해준다는 첩보를 입수해, 그를 검거했다. A씨 차량에서는 거래장부와 함께 에토미데이트 앰플과 주사기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A씨가 에토미데이트를 대량으로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의약품도매업체와 병원 간의 커넥션 때문이었다. 의약품도매업체 대표 B씨가 거래관계에 있는 병원과 공모해 에토미데이트를 정상 납품한 것처럼 위장, 약품을 빼돌린 뒤 A씨 등에게 대량으로 유통한 것이다.

불법 유통 과정에선 앰플 1병에 4700원 수준인 에토미데이트의 가격이 5배가 가까이 뛰었다. 최종 판매책인 주사삼촌 A씨는 앰플당 10만원가량을 받고 유흥종사자들에게 투약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이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7월~올해 4월까지 불법유통한 에토미데이트는 1만7400앰플에 달한다. 확인된 거래 금액만 약 4억1000만원 상당이다.

"에토미데이트도 마약류로 관리해야" 지적  

이에 따라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것과 달리, 에토미데이트는 전문의약품으로만 분류돼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류 관리대장을 통해 출납이 엄격히 관리되는 데 반해 전문의약품은 상대적으로 감시를 덜 받는다. 이 때문에 에토미데이트가 강남 일대에서 프로포폴 대용으로 사용됐을 거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불법 유통업자도 마약 사범이 아니라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돼 최고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에는 강남의 한 병원이 원하는 환자들에게 에토미데이트를 상습적으로 투약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안선모 강남서 형사과장은 "프로포폴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정해진 목적 외에 오남용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다"며 "같은 작용을 하는 에토미데이트도 마약류로 지정해 목적 외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관리와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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