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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빙상 배기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3일새벽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계곡.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 장대비를 뚫고 산입구의 숙소에서 10여km를 달려온 빙상국가대표선수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있다.
『하나, 둘, 셋』
코치의 구령소리에 숨을 고르던 선수들은 몸의 유연성을 기르는 체조를 30여분 한뒤 계곡물에 처넣어진다.
말이 여름이지 오대산의새벽 계곡물은 한여름에도 10초이상 발을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차다.
올해로 하계 훈련때마다 3년째 오대산을 찾은 박창섭감독은 『여름철 정신력훈련으로는 「오대산목욕훈련」보다 나은것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기술만큼은 네덜란드에서 교재로 삼고 있을 정도로 뛰어나며 한국빙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배기태선수의 각오로 남다르다.
『지난번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의 부진을 올겨울 월드컵과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꼭 만회하겠습니다. 체중이 1백kg이상 나가는 외국의 거구 선수들과 겨루자면 체력훈련을 통한 파워 향상과 정신력 외에는 길이 없습니다.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은 식사·휴식을 하고 오전 10시부터 롤러스케이트를 이용한 기술훈련과 모래주머니·타이어등을 매달고 달리는 체력훈련을 실시, 점심때가 되면 몸은 파김치가 된다.
훈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후엔 10km 산악행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과 시설조차도 빈약한 여건속에서도 코칭 스태프및 선수들의 훈련자세는 진지하기만 하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 일본 쓰쿠바대로 지도자 유학을 갈 계획인 배선수는 『어느때보다 힘든 하계훈련이지만 현역생활의 대미를 멋있게 장식하기 의해 이를 악물고 뛴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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