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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윤소하 의원실 협박 소포 보낸 이 주소는 가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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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6시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의원실에 흉기와 부패한 새 사체, 협박편지가 담긴 정체불명의 택배가 발견됐다. 사진은 윤소하 의원실에 배달된 택배. [연합뉴스, 윤소하 의원실 제공]

3일 오후 6시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의원실에 흉기와 부패한 새 사체, 협박편지가 담긴 정체불명의 택배가 발견됐다. 사진은 윤소하 의원실에 배달된 택배. [연합뉴스, 윤소하 의원실 제공]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사무실에 협박 소포가 보내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용의자 특정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4일 "협박 소포에 써 있는 주소와 이름은 가짜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소포가 어떻게 보내졌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희상 "의회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 #과거 하태경·한민구 등도 '협박소포' 받아

경찰 및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윤 원내대표에게 보내진 협박 소포에는 보낸 이 주소가 적혀 있었다. 보낸 이는 김모씨로 돼 있었으며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해당 주소는 의원과 약국 등이 있는 건물로, 경찰 측은 윤 원내대표에게 협박 소포를 보낸 용의자가 임의로 주소지와 이름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오후 6시 11분쯤 윤 원내대표 측은 "협박성 소포가 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윤 원내대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약취가 심하게 나는 소포가 있길래 열어봤는데 안에 칼날을 드러내고 있는 커터칼과 무엇인지 알 수 없이 부패한 생물체, 협박 편지가 있었다"며 "소포가 오기 전 협박 문자나 전화 등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경찰 감식반은 6시 37분쯤 국회 의원실에 도착해 감식을 마치고 돌아갔다. 처음 확인했을 때 생선인 줄 알았던 생물체는 죽은 새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편지에는 "윤소하 너는 민주당 2중대 앞잡이로 문재인 좌파 독재의 특등 홍위병이 돼 XX를 떠는데 조심하라. 너는 우리 사정권에 있다"는 협박 내용이 담겨 있었다. 편지를 보낸 이는 자신을 '태극기 자결단'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은 4일 오전 열린 의장비서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는 한국사회와 의회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협박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 행위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3일 논평을 통해 “흉기뿐 아니라 죽은 새를 넣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등 단순 협박으로 치부할 수 없는 잔인함까지 충격적”이라며 “국회에서 공당의 원내대표를 겨냥해 발생한 섬뜩한 협박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배달된 흉기·협박편지 택배 사진과 과거 자신에게 배달된 흉기와 협박편지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배달된 흉기·협박편지 택배 사진과 과거 자신에게 배달된 흉기와 협박편지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에게 협박 소포가 배달된 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13년에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당시 새누리당 소속)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에 괴소포가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중국 선양에서 국제 특별수송으로 배달된 소포에는 보라색 해골 모양 가면과 흰색 와이셔츠가 담겨 있었다. 와이셔츠 앞면에는 빨간 매직으로 ‘대가를 치를 것다’(것이다의 오기) ‘죄값(죗값의 오기) 받겠다’고 써놨다. 당시 하 의원은 북한 인권문제에 집중할 때다.

이후에도 하 의원은 또 한 차례 협박을 당한 적 있다. 선양 괴소포 배달 2달 뒤 지역구 사무실 출입문 앞에 날 선 흉기가 놓여 있었다. ‘하태경 곧 죽는다’는 문구가 적힌 채였다. ‘민족반역자처단투쟁위원회’ 명의의 협박 편지도 붙었다. 편지에는 “시궁창 같은 더러운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민족의 존엄에 도전하는 하태경 네 X에게 천벌이 내릴 것이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대한민국을 위한 길을 가겠다”고 썼다.

5년 전에는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 앞으로 배달된 협박 소포가 발견됐다. 소포에는 식칼과 백색 가루가 담겨 있었다. 식칼에는 붉은색으로 “한민구 처단”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또 ‘국제평화행동단’ 명의로 작성된 편지에는 “우리는 네놈과 네놈의 집, 가족들 동태를 상상이 허락하지 않은 방법으로 파악, 장악하는 작업에 돌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사 결과 백색 가루는 밀가루로 밝혀졌다.

이후연·이가영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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