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미 인질 석방 협조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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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테헤란·니코시아·베이루트 AFP·UPI·로이터=연합】이란의 라프산자니 대통령은 미국 내 이란 재산 동결 조치가 해제되는 것을 조건으로 레바논의 서방 인질 석방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미국의 제의를 수락할 뜻을 비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이란 영자지 테헤란 타임스는 8일 대통령 측근 소식통의 말을 빌어 이란 정부가 「조건부 수락 의사」를 가진 것으로 처음 보도했었다.
라프산자니 대통령의 측근 소식통은 테헤란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첫단계 조치는 미국 측에서 먼저 취해야 할 것이며 이란 측이 재산 동결 조치가 분명히 해제될 것이라는데 만족한다면 이란 측으로부터 2단계 조치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미국은 8일 이란이 레바논에 억류돼 있는 미 인질 석방에 도움을 주는 조건으로 앞서 동결한 30억 달러 상당의 이란 재산을 풀어줄 용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란 재산과 인질 문제를 연계시킬 용의가 없다』고 말했으며 국무성의 바우처 대변인도 『동결 재산과 인질 문제간에 어떠한 연계도 있을 수 없다. 동결된 이란 재산 문제는 사법적인 차원에서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츠워터 대변인은 그러나 미정부가 제3자를 통한 대이란 접촉을 계속하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도 『미·이란 관계 개선이 실현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여전히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워싱턴이 인질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리아가 이란을 대표해 인질 석방에 관한 협상을 벌일지도 모른다고 레바논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내 친 이란계 시아파 지도자들은 8일 이스라엘에 납치된 시아파 지도자 오베이드를 이스라엘 병사 3명과 석방 인질 16명과 서로 교환하자는 회담을 재차 거부했다.
이와 관련, 굴딩 유엔 특사는 이스라엘에 대해 지난달 납치된 오베이드를 석방하도록 호소했으나 라빈 이스라엘 국방상은 레바논에 억류중인 이스라엘 범사가 제외되는 어떠한 석방도 있을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회교 과격 단체인 헤즈볼라 (신의 당)의 고위 지도자인 토파일리는 베이루트에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오베이드가 포로로 잡혀 있는 한 접촉과 협상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방침은 헤즈볼라의 확고한 인식이며 또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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