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간사! 검찰이 뒤집어졌네. 검찰총장 청문회에 어떻게 경찰을 2명이나 증인으로 부르냐고 난리다. 1명이라도 빼달라. 부탁한다!”
검찰, 여권 의혹 70건 중 4건 처리 #야당 사건은 탈탈 털어 편파 논란 #‘권력 편’도 단죄해야만 신뢰 회복
지난 2일. 국회 법사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유한국당 간사인 주광덕 의원을 붙들고 이렇게 호소했다. 8일 열릴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윤석열의 아킬레스건인 ‘용산세무서장’ 의혹 관련자 4명이 증인으로 채택되자 한 명이라도 줄여보려고 읍소작전에 나선 것이다.
용산세무서장 의혹은 윤석열의 절친한 후배인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 윤 모 전 용산세무서장이 2013년 육류 수입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윤석열이 대검 중수부 출신 이모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이다. 당시 경찰은 윤석열과 윤 전 세무서장이 향응성 골프를 친 정황도 포착하고 해당 골프장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6차례나 반려하고, 윤 전 서장 구속영장도 기각되자 “검찰 실세가 배후에 있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2015년 검찰이 윤 전 서장에 대해 “금품수수는 인정되나 대가성은 없다”며 무혐의 처리해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그런데 한국당이 윤석열 청문회에 윤 전 서장·이모 변호사와 함께 당시 수사에 참여한 현직 총경 2명을 증인으로 부르는 데 성공함으로써 논란이 재점화할 여지가 생겼다. 민주당은 당초 경찰 증인 채택에 반대했다. 하지만 주광덕 의원이 “그러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압박하자 일단 동의해줬다가 검찰의 반발이 거세자 증인 축소에 나선 것이다. 주 의원은 “대꾸할 가치도 없는 요구라 일축하긴 했지만, 윤석열 힘이 대단하긴 하더라. 집권당이 ‘검찰에서 난리 났다’며 말을 바꾸는 건 유례가 없다. 윤석열 의혹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대통령 취재하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고 했다.
윤석열이 ‘세무서장’ 지뢰를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더 큰 지뢰는 따로 있다. ‘권력엔 솜방망이, 야당엔 도끼’식 편파수사로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를 되살려야 할 책무가 그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2년여 동안 여권발 의혹 70여건을 고소·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손혜원 땅 투기 의혹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4건뿐이다. 나머지는 수사를 명확한 이유 없이 미루거나, 무혐의 처리로 털어버렸다. 한국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해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 5가지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민간인 사찰만 ‘무혐의’로 처리했을 뿐 나머지 4개건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위장 전입 의혹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전임 정부 기밀문서 1660건 공개 사건도 각각 고발인 진술을 1번씩 받은 게 2년간 수사의 전부다. 친노 기업인 박연차로부터 64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고발된 권양숙 여사 등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도 백년하청이다. 고발인 대표인 주광덕 의원을 한차례 조사한 게 전부다. 주 의원의 탄식이다. “윤석열은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동갑이라 친구다. 그가 내게 ‘수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말뿐이다. 대검 캐비넷에 보존된 수사기록만 꺼내면 증거가 다 나오는데, 안 한다.”
반면 검찰은 야당 연루 사건은 신속하고, 집요하게 파헤친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린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2016~17년 두 차례나 무혐의 처리를 받았다. 그런데도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철저 수사’를 지시하자 검찰은 즉각 특별수사단을 꾸려 세 번째 수사에 나섰다. 강원랜드 전 사장 최흥집을 44차례나 소환해 취조했다. 그중 35차례는 조서도 안 쓰고 “불어”라고 추궁만 했다. “안 했다”는 진술만 이어지니까 막가파식 수사를 한 것이다. ‘수사 부실’을 이유로 1심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단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검찰은 또 원내대표 시절 ‘드루킹 특검’을 관철해 여권의 미움을 산 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퇴임 직후 ‘딸 특혜채용’ 의혹으로 시민단체에 고발당하자 딱 1주일 만에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7개월째 수사가 이어지면서 관련 뉴스가 3228건이나 보도됐다. 검찰이 수사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드러난다.
윤석열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의 오른팔인 안희정과 후원자인 고(故) 강금원 회장을 구속한 바 있다. 만일 검찰총장이 된다면 그때의 결기를 되살려 여야·피아의 구별 없이 죄 있는 자에게 공정과 정의의 칼날을 내리치기 바란다. 특히 이 정부 들어 불법행위를 일삼으며 정부 밖 권력이 된 민노총 같은 ‘왼쪽 적폐’를 가차 없이 단죄하라. 그래야 ‘적폐 수사’가 살고, 검찰이 살고, 대한민국이 산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