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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선 밥 대신 빵, 엄마들은 도시락 배달…맞벌이는 발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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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정부에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주축으로 5만3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오종택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정부에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주축으로 5만3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오종택 기자]

3일 오전 9시 서울 중구의 A초등학교 급식 조리실. 보통 때 같으면 급식 준비를 위해 조리종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날은 사람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이 학교 조리종사원 4명이 파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날 급식 대신 소보로빵과 브라우니·젤리·포도주스 등을 먹었다.

비정규직 2만2004명 파업 첫날 #초·중·고 2802곳에서 급식 차질 #학교 돌봄교실도 139곳 중단 #“어른 싸움에 왜 애들 피해보나”

급식중단에 대비해 학생들이 도시락을 준비할 수 있게 안내한 학교도 있었다. 대구 수성구의 B초등학교는 점심시간에 대부분 학생이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었다. 엄마들이 학교를 찾아 경비원에게 도시락을 건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도시락 미지참자에게 빵을 준다고 했지만 다른 애들이 모두 도시락을 싸 올 것 같아 급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연합체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가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이들 학교처럼 급식과 돌봄 운영에 차질을 빚은 곳이 생겼다. 연대회의에 조리종사원·돌봄전담사·교무행정사 등이 포함돼 있어서다.

교육부는 이날 전국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 1만584곳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교육공무직) 직원 15만1809명의 14.5%에 해당하는 2만2004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현재 연대회의 조합원 수는 전체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15만1809명)의 약 62%인 9만5000여명이다. 앞서 연대회의는 5만여명 넘게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급식을 시행하는 학교(1만454곳)의 26.8%에 해당하는 2802곳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1757곳은 빵이나 우유 등 대체식을 제공하고, 589곳은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지참하게 안내했다. 230곳은 단축수업을 진행하고, 226곳은 외식 등의 방법을 마련했다. 기말고사 실시로 파업과 관계없이 급식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는 745곳이다.

급식 중단 비율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세종시교육청이 57.8%(128곳 중 74곳)로 급식 중단 학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광주(48.6%)·제주(41.9%)·강원(38.5%)·경기(37.3%) 등의 순이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돌봄 공백도 발생했다. 각 시·도교육청은 애초 교직원을 활용해 돌봄교실을 예정대로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파업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는 학교는 전체(5980곳)의 2.3%에 해당하는 139곳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의 불만도 커졌다. 초등학교 4학년과 6살 자녀를 둔 직장인 김모(40·서울 송파구)씨는 “파업하는 분들의 상황도 이해하지만 맞벌이 입장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어른들 싸움에 왜 애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파업 둘째 날인 4일에는 참여자가 줄어 급식중단 학교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 파업 참여 인원이 전날보다 1429명 줄어든 2만575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급식을 정상 운영하는 학교는 7873곳으로 3일(6891곳)에 비해 982곳 증가하고, 돌봄교실 실시 학교도 5782곳에서 5884곳으로 102곳 늘어난다.

한편 연대회의는 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가진 후 오후 3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대회에 참가했다. ‘비정규직 철폐하자’라는 손 피켓을 든 이들은 “‘비정규직 백화점’이 돼버린 학교 현실이 바로 대란”이라고 주장했다. 연대회의 측은 기본급 6.24% 인상과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학교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민희·이병준 기자, 대구=백경서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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