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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북핵 동결설” 비건 “완벽한 추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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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미 이민자 급증에 대처하기 위한 연방정부 지원 예산안에 서명한 뒤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과 관련해 트위터에 ’조만간 그를 다시 보기를 고대한다“고 썼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미 이민자 급증에 대처하기 위한 연방정부 지원 예산안에 서명한 뒤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과 관련해 트위터에 ’조만간 그를 다시 보기를 고대한다“고 썼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핵 협상을 놓고 핵 동결 수준에서 타협할 수 있는 안을 준비 중이라는 뉴욕타임스(NYT)의 지난달 30일 보도에 대해 한·미 양국이 강력히 부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담 이후 북·미가 비핵화 실무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뒤 나온 보도였다. NYT 보도대로 미국 정부가 비핵화의 목표를 ‘핵 동결’에 맞출 경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게 된다.

트럼프 재선 위해 외교성과 필요 #북 핵보유국 인정 타협 배제못해 #정부는 “최종 목표는 완전 비핵화” #NYT “폼페이오 포괄합의서 후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NSC 관계자나 나 자신 중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논의하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는 대통령을 꼼짝 못 하게 하려는 누군가의 비난할 만한 시도”라며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발끈했다. 앞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NYT에 “완벽한 추측”이라고 반박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한국의 외교 소식통도 2일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대북 협상팀도 핵동결 협상안 제시를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보도를 강경 부인했다. 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큰 그림 속에서 동결이 1차 관문이 될 수는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중간 지점이고 최종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라고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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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외교·북핵 전문가들은 핵동결 목표안은 한국은 물론 미국도 추진하기 쉽지 않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북한의 핵 동결을 미국이 용인할 경우 한·미 동맹은 끝”이라며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다면 안보 위협이 커지는 한국으로서도 미국에 핵무장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미국이 받아들일 리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핵 협상을 재선 가도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미국에 평화가 왔다”며 성과로 내세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ICBM 폐기의 다음 단계인 핵 폐기는 진전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핵 동결에서 그치는 시나리오다.

핵동결에서 그치려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핵동결론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대화파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며 “핵동결론은 미국 내 협상파의 입지를 좁히기 위해 ‘북한 비핵화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자칭 ‘현실론자’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NYT는 1일 전날 ‘북핵 동결론’ 보도에 대해 볼턴 보좌관이 강력하게 부인한 사실을 소개하면서도 “그렇지만 일부 고위 관료들은 점진적 접근법(incremental approach)을 논의해 왔다”며 행정부 관리들이 대북 접근법을 두고 분열돼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점진적 접근법’은 핵시설을 폐쇄해 핵물질을 추가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실상의 ‘동결’이지만 현존 핵무기는 놔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볼턴과 폼페이오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랜드 딜’(포괄적 핵합의)를 얘기해 왔지만 이제 폼페이오 장관은 점진적 접근법 쪽에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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