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일인 1일 홍콩 시민들이 또 거리로 나왔다.
범죄인 송환 법안으로 촉발된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일 홍콩의 주권 반환 기념일을 맞아 시위가 벌어지면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다.
홍콩에서는 1997년 이후 매년 기념일마다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민주화 시위가 있었다.
지난달 30일 21살 여대생 뤄샤오옌이 '범죄인 인도 법안이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자'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시위는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마스크를 쓴 시위대 1000여 명이 애드미럴티·완차이 거리 등 홍콩의 3개 중심가를 점거하고 길을 막기 위해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장벽을 쌓았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액을 쏘고 곤봉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했고, 다수의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시내에는 경찰 약 5000명이 배치됐다.
오후 들어 시위대는 홍콩 입법국 진입을 시도하며 더욱 격렬한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철제 상자와 쇠 파이프를 이용해 입구 유리창을 부수며 경찰과 대치했다.
한편 이날 홍콩 반환 기념식은 사상 처음으로 야외가 아닌 실내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다. 규모도 예년보다 축소됐다.
홍콩 당국은 오전에 내린 비 때문에 기념식 장소를 실내로 바꿨다고 설명했으나, 이날 벌어진 시위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념식에는 지난달 18일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캐리 람 행정장관이 참석했다. 람 장관은 이날 "최근 몇 달간 일어난 일은 정부와 시민 간 갈등과 분쟁을 야기했다"며 "이 일은 내가 정치인으로서 각성하고 시민들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온전히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녀는 앞서 '반 송환법' 시위가 확산되자 지난달 15일 "송환법 처리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으나, 시위대는 법안의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헬레나 웡 의원은 람 장관의 기념식 인사말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캐리 람은 사퇴하라, 악법을 폐기하라"라고 외치다 보안요원에 의해 외부로 끌려나가기도 했다.
홍콩 시민들은 지난달 16일 200만 '검은 대행진'을 하며 대규모로 거리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