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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세정의 시선

국토장관 낙점설 도는 김수현···철거민 운동가에 강남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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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청와대 여민관에서 대화를 나누는 김수현(왼쪽) 전 대통령 정책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여민관에서 대화를 나누는 김수현(왼쪽) 전 대통령 정책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수현(57)과 조국(54).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2년간 대통령의 각별한 총애를 받은 실세들이다. 부동산과 경제정책 실패, 인사 검증 부실과 무리한 적폐 청산 드라이브 때문에 여론의 성토를 많이 받은 공통점도 있다. 그러던 두 사람의 입지에 최근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문 정부 3년 차 들어 가장 민감한 인사를 둘러싸고 권력 핵심부가 출렁이면서다.

[장세정의 시선] #정책실장 경질 직후 장관 기용설 #1000조원 부동자금, 거취에 촉각 #규제 강화하면 폭등 역풍 불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발언하는 동안 물을 마시는 김수현 전 정책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발언하는 동안 물을 마시는 김수현 전 정책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김 전 실장은 지난 21일 경질되자마자 곧바로 국토교통부 장관 기용설이 나왔다. 조 수석의 경우 25일부터 법무부 장관 발탁설이 굳어지고 있다. 7월로 예고된 개각을 앞두고 정치권의 관심은 '조국 대선 주자론' 등 온통 차기 권력의 향배에 쏠려 있다. 그러나 돈이 지배하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경제 권력의 향배에 더 촉각을 곤두세운다. 김상조 신임 대통령 정책실장의 행보도 주목되지만, 금과 달러에 입질하던 시중 부동 자금(약 1000조원)은 부동산 정책을 쥐락펴락해온 김 전 실장의 거취에 더 민감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던 조국 대통령 민정수석이 행사장에서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던 조국 대통령 민정수석이 행사장에서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이 김 전 실장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그가 노무현 정부 때 8·31 대책을, 문재인 정부 들어 8·2 대책과 9·13 대책을 설계한 당사자라서다. 그가 손을 대면서 규제의 역효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폭등해 엄청난 홍역을 치렀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를 나온 뒤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그런데도 국토부 장관 이동설이 나돌면서 가뜩이나 최근 다시 불안해진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그는 과연 학교(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실세 장관으로 복귀해 부동산 시장을 더 조일까.

김상조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김수현(오른쪽) 전 실장이 물끄러미 보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김상조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김수현(오른쪽) 전 실장이 물끄러미 보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먼저 '판자촌 철거민 운동가' 출신의 장관 입각 가능성을 따져보자. 김현미 현 국토부 장관은 지난 26일 3기 신도시 후폭풍에도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일산 출마 입장을 밝혔다. 만에 하나 김 장관이 7월 개각 때 한시적으로 유임되더라도 연말 전에 물러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새로운 장관이 누구냐에 대해 정부세종청사의 국토부 공무원들은 "모른다"며 입조심을 하면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김 전 실장을 잘 아는 전직 관료는 "경질했지만 오래 신임해온 김수현을 문 대통령이 완전히 버린 게 아니라고 봐야 한다. 어차피 회전문 인사라서 돌려막기로 다시 쓸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부동산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정부 출범 초기부터 김 전 실장은 '장관 하고 싶지 않다. (임무를 마치면)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장관으로 갈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후임이 마땅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불리는 김수현(왼쪽)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 장하성 전 정책실장(현 주중대사)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불리는 김수현(왼쪽)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 장하성 전 정책실장(현 주중대사)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실장의 성향을 잘 안다는 언론계 인사는 "국토부는 조직이 거대하고 각종 사건·사고가 많이 터진다. 김 전 실장의 평소 성격을 보면 골치 아픈 큰 조직을 맡고 싶어하지 않을 거다. 다만 학자로서 국토부 정책을 꼭 한번 해보려는 미련이 있을 수는 있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7월 개각이든 연말이든 김 전 실장이 장관이 된다면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충격파를 일으킬까. 김 전 실장을 잘 아는 전직 관료는 "김 전 실장의 장관 발탁 시나리오는 부동산 가격 안정 측면에서 솔직히 걱정스럽다"고 반응했다. 그는 "3기 신도시 대책이 나왔지만, 여전히 강남의 대안은 재건축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수현이 장관 되면 가격이 오를 테니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긴박감이 서울 또는 강남에 진입하려는 대기 수요자들에게 형성되면 부동산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강남지역 아파트 재건축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 사진은 주민들이 정상적인 재건축 심의를 촉구하며 시청 광장에서 시위까지 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경.[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은 강남지역 아파트 재건축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 사진은 주민들이 정상적인 재건축 심의를 촉구하며 시청 광장에서 시위까지 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경.[뉴스1]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보유세 강화가 불 보듯 뻔해 강남 부자들이 일단 겁을 낼 수도 있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 등 추가 규제로 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 가격이 폭등할 수도 있어 방향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가 규제에 따른 가격 안정론을 펴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연구기관의 전문가는 "지방 부동산 시장이 너무 위축돼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지방 규제를 완화하려는 유혹을 느낄 텐데 재개발·재건축을 적폐라고 생각하는 김 전 실장이 장관으로 가면 지방 규제 완화가 어려워 질 수 있다. 다만 강남의 경우 폭등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대치동의 부동산 중개업소 A 사장은 "김수현이 장관으로 가더라도 기존 규제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강화되는 종부세를 고려하면 상승세는 끝물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신호는 갔지만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남겨도 반응하지 않았다. 김수현은 침묵하지만, 시장은 꿈틀거린다. 김수현은 결국 어느 쪽으로 핸들을 돌릴까.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지난 5월 10일 문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보좌진과 오찬을 한 뒤 걸어서 청와대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고민정 대변인, 강기정 정무수석, 김수현 당시 정책실장, 문 대통령, 조국 민정수석,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지난 5월 10일 문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보좌진과 오찬을 한 뒤 걸어서 청와대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고민정 대변인, 강기정 정무수석, 김수현 당시 정책실장, 문 대통령, 조국 민정수석,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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