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시시피오 석방 제안|회교 과격파-새 협상 조건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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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베이루트·테헤란·워싱턴 AFP·AP·로이터·연합=외신종합】레바논 회교시아파 지도자 오베이드 피랍과 미국인 인질 히긴스 중령의 피살로 가열돼온 레바논 인질 사태는 레바논·미국·이스라엘 등 이해 당사국들의 견해 차이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바논의 친 이란 회교 과격파 회교 혁명 기구는 히긴스 중령 다음으로 처형하겠다고 위협한 미국인 인질 시시피오씨를 조건부 석방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스라엘이 석방 조건에 강력히 반발, 여전히 타결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회교 혁명 기구는 6일 시시피오씨 석방 조건으로 이스라엘이 억류중인 오베이드를 비롯, 1백50명의 레바논인 및 3백명의 팔레스타인 인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들이 시시피오씨의 석방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잡혀 있는 3명의 이스라엘인이 석방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 레바논 회교 과격파와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중해와 인도양에 각각 미 6함대와 7함대를 급파, 레바논에 무력 시위를 하는 동시에 알제리를 통해 직접적 외교 접촉을 시도하면서 소련과 이란을 통해 레바논 회교 과격파에 간접적 압력을 행사해주도록 노력하고 있다.
소련도 레바논 인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협조할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라프산자니 이란 대통령도 협조를 다짐했었다.
레바논 내 군대를 파견하고 있는 시리아와 이란은 레바논 인질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의 대 중동 정책 변경을 요구하고 있어 인질 사태는 타협보다는 정치적 공격으로 이어져 장기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한편 영국의 선데이 익스프레스지는 5일 이란의 인질 문제 해결 노력을 조건으로 지난 10년간 미국 내 억류 40억 달러의 이란 재산을 반환할 의사가 있다는 메시지를 이란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으나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미국이 무력보다 외교적 노력으로 사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고 거듭 밝히고 있으나 이스라엘이 오베이드 석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미-이스라엘의 합의가 인질 문제 해결의 가장 기본적인 장애물 제거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레바논 내 친 이란 회교 과격파 헤즈볼라 지도자 무사위는 레바논 내 이스라엘 인질 1명의 살해 의사를 비침으로써 미·이란·소련의 외교 노력에 상관없이 레바논 인질 사태는 계속 교착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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