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처음으로 한강에서 녹조가 발생했다. 27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 지역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행주 나루터 인근 강가를 중심으로 녹조가 발견된 뒤 이날 들어 행주대교 일대 한강 수㎞ 구간에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가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강가에는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물고기를 비롯해 치어 등 죽은 물고기 여러 마리가 녹조 사이에 둥둥 떠 있다. 이에 따라 행주 지역 어민 상당수는 이날 조업을 포기했다.
녹조 현상은 가양대교∼행주대교∼김포대교(6.5㎞) 구간 한강에서 집중돼 일어나고 있다. 심화식(64) 한강 살리기 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은 “행주대교 상류 2∼3㎞ 지점에 있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하수·분뇨처리장인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에서 한강에 배출하는 방류수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긴급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죽은 물고기도 둥둥 떠올라
심 위원장은 “특히 서울시가 운영하는 2곳의 하수처리장에서부터 김포대교 사이 5㎞ 구간에서 녹조 현장이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신곡수중보가 설치돼 있어 물길이 막히는 데다 수심이 얕고 물흐름이 느려 수질 오염원이 집중되고 있는 이 구간에서 녹조 현상에서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곡수중보 지역에 큰 밀물이 들어오면 행주 지역 녹조가 서울 잠실 지역까지 순식간에 번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심 위원장은 “이 구간의 경우 평소에도 한강 오염으로 등 굽은 물고기 등 기형 물고기와 신종 유해생물인 끈벌레가 잇따라 출몰해 어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마당에 녹조까지 발생해 허탈하다”고 했다.
"큰 밀물 닥치면 서울 잠실 일대로 번질 듯"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한강에서 녹조 발생은 없었다”며 “곧바로 순찰선을 행주대교 일대로 급파해 물대포를 쏴 녹조가 희석되도록 하는 등의 응급 대응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이후 녹조 확산 추이에 따라 다양한 대응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현장 점검 후 녹조가 확산하지 않도록 관계 기관과 함께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녹조는 식물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가 대량 번식하면서 물의 색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남조류는 먹잇감인 질소·인 등 영양염류가 풍부해지고 일조량이 많아지면서 수온이 오를 때 필요 이상으로 번성하면서 악취를 일으킨다. 물에서 비린내가 나고 인체 접촉 시엔 피부염도 생길 수 있으며 심하면 물고기 폐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