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학원가 중고생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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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부의 초·중·고 재학생의 방학중 학원수강 허용조치 이후 첫 여름방학을 맞은 서울시내 입시학원이 중·고생 수강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과목의 인기강좌는 학원마다 수강접수 시작 30분만에 정원이 넘어서는가 하면 동난 수강증에 1만원이상씩의 웃돈까지 붙여 팔고 사는 암거래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처럼 수강증이 동나자 입시학원주변에서는 학원수강증이 현금처럼 통용되고 강탈사건까지 발생하는가 하면 이를 틈탄 일부 학원은 정원의 3∼4배나 되는 수강생을 모집, 비좁은 강의실에 5백∼6백명씩 수용하거나 완공이 채 안된 건물까지 교실로 사용하는 등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 인기 있는 학원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심하다.
서울 노량진동 H학원의 경우 여름방학강좌의 수강접수가 시작된 지난달 20일 오전 5시에 이미 학원 측이 혼잡을 막기 위해 전날 나눠준 대기표를 받아든 학생·학부모 등 1백여명이 장사진을 이루었고, D학원 등 유명학원 인기과목의 경우 수강증이 모두 팔려버리자 1만5천3백원짜리 수강증이 전문 사재기꾼들에 의해 2만∼2만5천원에까지 암거래되기도 했으며 학원주변안내판과 벽 등에는 「수강증매물정보」가 10여건씩 나붙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자 학원주변에서는 수강증강탈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가 4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갈)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오모군(15·D중 3년)은 지난 3일 오후 7시쯤 서울 도선동 대영학원 수강생인 고모군(15·K중 3년)을 학원 맞은편 골목길로 끌고 가 위협, 1만6천원짜리 8월분 수강증을 빼앗는 등 지난 5월부터 6차례에 걸쳐 수강증을 빼앗아 이를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학원수강증을 끊었으나 어머니가 학원에 못 다니게 한다』며 한 장에 1만원씩 받고 팔아 용돈으로 써왔다.
한 학원관계자는 『유명학원 주변에서는 이같이 강탈된 수강증 1만6천원짜리가 매달 초 2∼3일 사이엔 1만원에, 10일께엔 5천원에 팔리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용산 D학원 영어과목에 등록한 재수생 박모양(18)은 『20여 인기강좌가 모두 접수 마감돼 안면이 있는 강사에게 사정해 강사명의로 겨우 한 과목 등록할 수 있었다』며 『이 과목에만도 나 같은 경우가 20∼30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몰려들자 노량진동 C학원은 아직 콘크리트 도장도 제대로 하지 않은 공사중인 강의실에 학생들을 수용해 수업하고 있으며 인근 H학원의 경우 강의실 뒤편에 20∼30여 개의 보조의자를 놓고도 모자라 아예 매시간 10여명씩은 서서 강의를 받기도 한다.
이 학원에서 영어강의를 받고 있는 M고 2년 김모군(17)은 『조금만 늦으면 강의실 뒷자리에 선 채로 강의를 들어야 하고 다른 과목을 듣기 위해 강의실을 옮길 때는 한바탕 북새통을 치러야한다』며 『학원이 지나치게 영리만을 추구한다는 인상이지만 공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학원 교무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외허용 후 지난해보다 30%이상 수강생이 늘어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정원초과 등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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