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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만되면 사람 내다꽂는다···주한미군 하사의 이중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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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러 주한미군 그레고리 건트 하사. 프로레슬러로 활동할 때는 '라이언 오셔'로 불린다. [사진 미 공군]

프로레슬러 주한미군 그레고리 건트 하사. 프로레슬러로 활동할 때는 '라이언 오셔'로 불린다. [사진 미 공군]

2000년 개봉한 영화 ‘반칙왕’에서 임대호(송강호)는 낮에는 은행원으로 일하지만, 밤에는 반칙을 일삼는 레슬러 ‘울트라 타이거 마스크’로 변신한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

프로레슬러 주한미군 그레고리 건트 하사의 업무 중 모습. 그는 공군기지에서 유류관리를 맡고 있다. [사진 미 공군]

프로레슬러 주한미군 그레고리 건트 하사의 업무 중 모습. 그는 공군기지에서 유류관리를 맡고 있다. [사진 미 공군]

프로레슬러 주한미군 그레고리 건트 하사의 책상에 놓인 프로레슬러 캐릭터들. [사진 미 공군]

프로레슬러 주한미군 그레고리 건트 하사의 책상에 놓인 프로레슬러 캐릭터들. [사진 미 공군]

주한미군으로 군산 공군기지 8 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는 그레고리 건트(33) 하사다. 그는 낮에는 유류를 관리한다. 그러나 밤에는 선한 인상을 찾기 힘든 분장에 반칙까지 서슴지 않는 진짜 레슬러 ‘라이언 오션’으로 변신한 뒤 링에서 상대를 내다 꽂는다. 현재 한국 프로레슬링 헤비급 챔피언이기도 하다.

건트 하사가 유별난 취미 생활을 즐기는 이유는 뭘까. 그는 “어렸을 때부터 프로레슬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년 건트가 가장 존경했던 프로레슬러는 헐크 호건이다. 1980년대 프로레슬링의 최고 스타 헐크 호건은 악당과 영웅 역할을 오가면서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다.

건트 하사는 “17살 때 프로레슬링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부모님은 ‘프로레슬링으로 생계를 꾸리긴 어렵다’며 말렸다”며 “대신 미 공군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는 7년 전인 2012년 미국 텍사스주 샌 앤토니오에서 근무하면서 레슬링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레슬링의 매력에 흠뻑 빠진 프로레슬링에 입문했다.

지난해 7월 한국에 배치된 건트 하사는 그해 8월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한국에서 미국인이 프로레슬러로 활동하기 어렵지 않다”며 “미국인 프로레슬러를 찾기 힘들고, 특히 몸집이 큰 헤비급은 더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로레슬러 주한미군 그레고리 건트 하사가 링에서 상대 선수를 내다 꽂고 있다.  [사진 미 공군]

프로레슬러 주한미군 그레고리 건트 하사가 링에서 상대 선수를 내다 꽂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주한미군 프로레슬러 그레고리 건트 하사가 링에서 상대 선수를 내다 꽂고 있다. [유튜브 tphotogirl 계정 캡처]

주한미군 프로레슬러 그레고리 건트 하사가 링에서 상대 선수를 내다 꽂고 있다. [유튜브 tphotogirl 계정 캡처]

건트 하사는 프로레슬링에도 열심이지만 본업인 군인의 의무를 절대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여러 번 ‘우수 장병’으로 뽑힐 정도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처럼 한국에서도 프로레슬링은 주말에 주로 열린다”며 “일과 취미를 병행하기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과 중에는 업무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일과가 끝나면 나 자신의 100%를 온전히 레슬링에 바친다”고 했다. 이어 “내게 레슬링은 생활방식이며 내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무엇과 같다”며 “레슬링을 하려면 적절히 먹고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 평소 하기 힘든 일들”이라고 말했다.

프로레슬러 주한미군 그레고리 건트 하사가 경기엣 승리를 거둔 뒤 두 팔을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프로레슬러 주한미군 그레고리 건트 하사가 경기엣 승리를 거둔 뒤 두 팔을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프로레슬링은 ‘반칙왕’의 임대호처럼 건트 하사에게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창구임이 분명하다. 프로레슬러의 열정을 간직하는 한 그가 한국을 떠날 때까지 헤비급 챔피언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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