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법부는 오로지 법과 양심의 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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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강신욱.이규홍.이강국.손지열.박재윤 대법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어제 퇴임했다. 이들을 대표한 퇴임사에서 강 대법관은 일부 집단이나 개인들의 편 가르기 현상이 사법권 독립을 저해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선고된 판결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보수니 진보니, 걸림돌이니 디딤돌이니 하면서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채 과격한 언동으로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우리 사회엔 편 가르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을 나누고, 강남과 강북을 가르더니 단편적인 몇 개의 판결을 기준으로 사법부 구성원마저 편을 가른다. 이런 현상은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몇몇 시민단체가 진보.개혁적이라는 인사들을 대법관 후보로 앞다퉈 추천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 가르기는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의견 표출의 수준을 넘어섰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들까지 사법 심판대에 올리다 보니 자기와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적대시하고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해 버린다. 그러니 몇몇 힘있는 시민단체의 눈 밖에 나고선 대법관 자리에 오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퇴임한 배기원 대법관은 "일부 시민단체가 내세우는 인물이 우선순위를 차지한다면 법관들이 그들을 의식한 판결을 하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돼 사법권 독립이 침해될 것"이라고 이를 경고했다.

강 대법관이 사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지적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사법불신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전관예우' 등으로 상징된다"며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국민이 아직도 이런 말을 믿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사법 신뢰 회복의 첩경은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다. 안대희 서울고검장이 퇴임사에서 공정한 인사제도의 확립을 주문한 것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법부는 법의 편에 서야 한다. 강 대법관 지적처럼 오로지 법과 양심의 편에서 재판할 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