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미사일, 일본 과잉 반응도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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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러나 일본 정부가 북한 문제를 빌미로 또다시 군사력 강화에 나서려 한다면 별개 문제라고 본다. 지금은 북한에 대해 사실상 자위권 확대로 오인되는 어떤 정책도 검토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미국.일본이 대책을 협의하고 있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적 선택은 제쳐두고 무력사용부터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 일본의 과잉 대응이다.

일본 헌법은 전쟁 및 군대 보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북한 위협을 이유로 군사력을 키워 왔다. 자위대는 이미 세계 수준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는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격상키로 결정했다. 집권 자민당은 군대 보유를 인정한 헌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헌법은 방어적인 자위권만 인정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 이후 우파 각료.정치인들은 "핵무기를 실은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면 공격도 자위권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국민의 대북 적대감을 부추기고, 지나친 위기의식을 조장해 선제공격권을 인정하려는 의도라고 판단된다. 외상이 "김정일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이를 입증하지 않는가.

일제 침략의 쓰라린 기억을 가진 한국.중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과거 역사를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일본 재무장은 동북아의 평화에 가장 큰 불씨가 될 것이다. 백보 양보해 일본의 걱정을 이해한다 해도, 불필요한 과잉 행동은 오해를 불러오고 신뢰를 해친다. 지금은 한.미.일이 긴밀하게 협조해 이번 사태를 냉정하게 해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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