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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떡볶이·쌀국수…의외로 화려한 LCC 기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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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비용항공에서는 별의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치맥부터 떡볶이·크림파스타까지,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20개 이상의 메뉴를 갖췄다. 사진은 이스타항공의 BBQ 치킨 강정. [사진 이스타항공]

요즘 저비용항공에서는 별의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치맥부터 떡볶이·크림파스타까지,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20개 이상의 메뉴를 갖췄다. 사진은 이스타항공의 BBQ 치킨 강정. [사진 이스타항공]

 국내선 여행객의 58.2%, 국제선 여행객의 32.3%가 저비용항공(LCC)을 타는 시대다(올해 1/4분기 기준). 한국 국적 LCC 여섯 곳만 따진 수치다. 에어아시아·세부퍼시픽항공·피치항공 같은 외국 LCC를 합하면 이용객 비율은 확 올라간다.
 LCC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기내식 전쟁이 뜨겁다. 유명 셰프가 개발한 메뉴를 파는가 하면, 식품 기업과 협업을 하기도 한다. 떡볶이·닭강정 같은 대형 항공사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색 메뉴도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그러나 LCC 기내식은 대형 항공사보다 메뉴가 다양하다. 한국 국적 LCC 여섯 곳의 경우 각자 20개 이상의 메뉴를 갖추고 있다. 사전 주문도 가능하다. 이스타항공 이주연 객실사업본부장은 “승객의 약 20%가 인터넷에서 예약한 메뉴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의외로 알찬 LCC 기내식의 세계를 소개한다.

 부산 LCC에선 부산 어묵

저비용항공은 기본 운임에 기내식이 포함돼 있지 않다. 대신 고객이 취향에 맞는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 [사진 티웨이항공]

저비용항공은 기본 운임에 기내식이 포함돼 있지 않다. 대신 고객이 취향에 맞는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 [사진 티웨이항공]

 지역 명물은 LCC 기내식에서도 인기가 높다. 제주항공은 사전 주문 메뉴인 제주 흑돼지 덮밥(1만원) 말고도 제주 기업이 만든 한라봉 타르트, 인스턴트 흑돼지 라면과 흑돼지 육포, 심지어 말 육포도 판다.
 에어부산은 부산 ‘고래사어묵’과 함께 어묵크림파스타(1만2000원)와 볶음어묵면을 개발했다. 에어부산 박진우 홍보과장은 “어묵은 식감이 좋으면서도 포만감이 커 기내식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산의 로스팅 카페 ‘커피가 사랑한 남자’가 제조한 ‘에어부산 블렌드’ 커피도 기내서 판다.

에어부산이 부산 고래사어묵과 개발한 어묵까르보나라(크림파스타). [사진 에어부산]

에어부산이 부산 고래사어묵과 개발한 어묵까르보나라(크림파스타). [사진 에어부산]

 티웨이항공은 대구의 명물 떡볶이 ‘이웃집소녀떡볶이’를 내놓는다. 티웨이항공이 대구 연고 기업은 아니지만, 대구공항에서 가장 많은 국제선(13개)을 취항하고 있어서다. 티웨이항공 김영일 마케팅팀 차장은 “예열과 해동 과정이 필요 없도록 개발했다”며 “삶은 달걀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고 설명했다.

 생일 미역국도

 치킨·떡볶이 같은 국민 간식도 먹을 수 있다. 제주항공이 홍콩·마카오·동남아 일부 노선에서 떡볶이(5000원)를 판다. 죠스떡볶이와 제휴한 메뉴다.

제주항공에서 맛볼 수 있는 죠스떡볶이. [사진 제주항공]

제주항공에서 맛볼 수 있는 죠스떡볶이. [사진 제주항공]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9월 BBQ와 공동으로 치킨 강정(1만원)을 선보였다. 순한 맛과 매운맛이 있고 새콤한 무도 함께 준다. 맥주와 찰떡궁합이다. BBQ 측은 “기내에서도 바삭한 치킨을 제공하기 위해 두 번 튀긴 뒤 영하 40도 이하로 급속 동결한다”고 밝혔다.
 기내에서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승객이 있다. 기압이 높아져서다. 티웨이항공이 속 편한 음식을 찾은 승객을 위해 지난 4월 죽을 팔기 시작했다. 본죽이 만든 특버섯야채죽(8000원), 특낙지김치죽(1만원)을 먹을 수 있다.

진에어는 신혼여행객, 생일 맞은 탑승객을 대상으로 와인과 케이크로 구성된 '스페셜 밀'을 판다. [사진 진에어]

진에어는 신혼여행객, 생일 맞은 탑승객을 대상으로 와인과 케이크로 구성된 '스페셜 밀'을 판다. [사진 진에어]

 진에어는 이용객의 생일도 챙긴다. 공짜는 아니다. 케이크와 와인(2만2000원)이 기본이고, 여기에 미역국을 더한 메뉴(2만5000원)도 있다. 출발 72시간 전까지 신청해야 한다. 제주항공은 조종사와 승무원이 먹는 음식(1만원)도 판다. 매일 메뉴가 바뀌는데 6월에는 주꾸미 볶음과 곤드레나물밥을 준다.

 베트남 갈 땐 쌀국수  

 기내식에 공을 들이는 건 외국 LCC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항공사 비엣젯항공은 쌀국수와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를 판다. 비엣젯항공은 롯데리아와 ‘소고기 밥(6600원)’도 개발했다. 햄버거 패티와 밥을 함께 먹는다. 지금은 사라진 ‘라이스 버거’와 맛이 비슷하다. 베트남 사람이 유난히 롯데리아를 좋아한다.

비엣젯항공에서 맛볼 수 있는 '소고기 밥'.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롯데리아가 만든 메뉴다. [사진 비엣젯항공]

비엣젯항공에서 맛볼 수 있는 '소고기 밥'.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롯데리아가 만든 메뉴다. [사진 비엣젯항공]

 에어아시아를 이용하면 노선에 따라 10가지 이상의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소고기 안 먹는 힌두교, 돼지고기 안 먹는 이슬람 승객이 많아서인지 닭 요리가 단연 인기다. 말레이시아식 치킨 덮밥, 중국 사천식 쿵파오 치킨, 치킨 라자냐가 톱 3 인기 메뉴다. 지난 4월엔 방송인 겸 셰프 홍석천이 개발한 닭강정을 선보였다. 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 노선에서 판다.
 일본 간사이(関西) 지방의 항공사인 피치항공은 다코야키(600엔), 카레 빵(500엔) 등을 판다. 피치항공 강경화 한국사무소 이사는 “오사카(大阪)의 노포, 유명 셰프와 협업해 개발한 메뉴”라면서도 “비행시간이 짧아서인지 한국 승객은 많이 안 사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LCC 기내식 더 싸게 먹으려면

 저비용항공 기내식은 사전 주문 메뉴와 즉석 메뉴로 나뉜다. 사전 주문 메뉴는 조리와 가열이 필요한 음식으로 출발 2~3일 전까지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해야 한다. 외국 LCC는 같은 메뉴도 미리 주문해야 싸다. 에어아시아 필리핀 노선의 닭강정은 인터넷에서 사전 주문하면 3200원, 기내에서 주문하면 3800원이다.

에어아시아는 방송인 겸 셰프인 홍석천이 개발한 닭강정을 기내에서 판매한다. [사진 에어아시아]

에어아시아는 방송인 겸 셰프인 홍석천이 개발한 닭강정을 기내에서 판매한다. [사진 에어아시아]

 기내식은 위탁 수하물과 묶어서 사전 구매하면 더 싸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위탁수하물 5㎏과 기내식을 포함한 번들 서비스가 최저 2만5000원(편도 기준)이다. 수하물 15㎏과 기내식 묶음은 최저 5만5000원이다. 따로 구매했을 때보다 최대 46% 저렴하다.
 진에어는 비행 2시간 이상 노선에서는 기내식이 무료다. 같은 일본이어도 오사카 노선은 안 주지만 도쿄·삿포로 노선은 준다. 거리에 따라 메뉴도 달라진다. 일본 노선은 삼각김밥과 삶은 달걀 같은 간편식을 주는데, 한국 LCC 최장거리 노선인 하와이행 비행기에서는 두 끼를 준다. 햄버그스테이크를 먹고 다음 끼니에는 크루아상과 바나나를 준다.
 현금을 챙기자. 기내에서 신용카드를 안 받는 외국 LCC가 있다. 거스름돈은 한화가 아닌 자국 통화로 돌려준다는 것도 알아두자.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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