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관련,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 미국 백악관의 관리는 17일(현지시간) “우리의 목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FFVD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세계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북한 비핵화 이슈를 미·중 무역분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언급이다.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은 동맹·우방은 물론 중국 등 다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함께 북한의 FFVD라는 공통의 목표 달성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략은 #중국 대북제재 이탈 못하게 압박 #“시진핑, 대미 협상 입지 높이려 #트럼프에 북·미 대화 선물 줄 수도”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회의를 1주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한 미국의 견제심리가 묻어나는 답변이다.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한 중국의 공동 책임 강조로 중국이 북한 이슈를 미·중 간 무역전쟁에 활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 발표는 미국의 허를 찌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오사카 정상회담 일정이 공식 발표도 되기 전에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시 주석의 주말 방북을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싱턴 시간 오전 7시에 맞춘 발표는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G20에 오든, 안 오든 상관없다. 나타나면 좋겠지만, 나타나지 않으면 그동안 중국에서 매월 수십억 달러씩 관세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16일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홍콩 시위는 오사카에서 시 주석을 만났을 때 논의할 주제 중 하나일 것으로 확신한다”며 ‘홍콩 카드’로 중국을 압박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포연 속에 이뤄지는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오 퉁 카네기칭화 글로벌정책센터 박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방북은 중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어려움을 겪는 워싱턴을 도울 수 있음을 일깨울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인민대 청샤오허의 말을 인용, “시 주석이 방북 1박2일 동안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중재한 뒤 오사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 단계 협상 계획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미·중이 무역 문제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시 주석이 트럼프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이번 방북의 대가로 북한에 미사일 실험과 같은 도발 중단을 요구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시 주석이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미국에 전달하는 유용한 전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황수연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