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선교 사무총장직 돌연 사퇴···"황교안에 '팽당했다' 배신감 클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7일 사무총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한선교 사무총장과 이야기하는 황교안 대표. 연합뉴스

한선교 사무총장과 이야기하는 황교안 대표. 연합뉴스

한 총장은 이날 오전 기자단에 "저는 오늘 건강상의 이유로 사무총장직을 사퇴한다"는 짧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와 관련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한 총장) 본인이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사퇴의) 뜻을 표했다. 논의를 좀 많이 했는데 본인의 뜻이 분명해서 이를 수용했다"라고 전했다.

4선(選)의 중진인 한 총장은 2·27 전당대회를 통해 당선된 황 대표가 바로 이튿날 사무총장으로 내정한 황교안 체제의 '1호 당직자'였다. 2004년 정계에 입문한 한 총장은 '원조 친박'이었으나 이후 친박계와 거리를 두면서 중립 성향의 인사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황교안 체제 출범과 동시에 당의 살림을 총괄하면서 내년 총선 공천에서 칼자루를 쥐는 사무총장에 전격 발탁되자 한 총장은 '친황' 중에서도 핵심으로 부상했다. 한 총장은 황 대표의 대학 2년 후배(성균관대)였으며, 사석에서 "황 대표는 내가 예전부터 흠모했던 선배다. 그런데 당 대표되자마자 사무총장 맡아 달라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오케이했다"고 말하곤 했다.

4개월도 안 된 한 총장의 전격 사퇴를 두고는 당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빚어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한 총장의 건강이 썩 좋지 않은 건 맞다. 당뇨 합병증 등으로 눈 치료도 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 총장은 지난주 당 회의에 몇번 빠졌고, 황 대표를 찾아뵙고 더는 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건강악화라는 표면적 이유만으로 한 총장이 사퇴했을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일각에선 한 총장의 최근 '막말 논란'이 교체에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총장은 지난달 7일 당 회의 도중 사무처 직원에게 욕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공식적으로 이를 문제 삼으며 퇴진 요구까지 했고, 한 총장이 공개 사과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지난 3일에는 국회 회의장 밖 바닥에 앉아 브리핑을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걸레질을 한다”고 해 또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는 황 대표가 당내 잇따른 돌출 발언에 주의령을 내린 직후였다. 다만 황 대표는 "막말 논란으로 사퇴한 게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건강상의 이유"라며 일축했다.

근본적으론 황 대표와 한 총장의 '어긋난 케미'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한국당 핵심 당직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둘은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황 대표가 '실무형'이라면 한 총장은 '대중형'"이라며 "이 때문에 최근 당의 주요 사안을 결정할 때 한 총장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면서 누적된 한 총장의 불만이 결국 자진사퇴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 입장에선 실무 진행에서 한 총장이 외려 걸림돌이라고 여겼겠지만, 한 총장은 '팽(烹) 당했다'는 배신감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문종 의원 탈당과 '친박신당' 창당 등 어수선한 당 내외 상황과 맞물려 한 총장의 사퇴 역시 황 대표로선 악재라는 평가다. 황 대표는 "지금 당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가급적 빨리 찾아 후임을 임명하겠다"라며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후임으로는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던 김재원 의원과 현재 당 상임특보단장인 이진복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최민우·임성빈 기자 minw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