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자몽하다’‘망고하다’는 과일 이름이 아니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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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얼마 전 인터넷에서 ‘자몽하다’가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 적이 있다. ‘자몽하다’와 더불어 ‘망고하다’ ‘포도하다’ ‘수박하다’ 등도 화제에 올랐다.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에게 ‘자몽하다’의 뜻을 묻는 문제를 냈는데 모두가 그 뜻을 알지 못해 답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가 아니다 보니 시청자들에게도 궁금증을 자아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자몽하다’는 ‘졸릴 때처럼 정신이 흐릿한 상태다’는 뜻이다. “약 기운에 자몽해 누워만 있고 싶었다” 등처럼 쓸 수 있다.

‘자몽하다’가 화제를 모으다 보니 ‘망고하다’ ‘포도하다’ ‘수박하다’ ‘오이하다’ ‘감하다’ ‘배하다’ 등 과일 이름을 가져다 붙인 듯한 단어들이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망고하다’는 ‘연을 날릴 때 얼레의 줄을 남김없이 전부 풀어 주다’ ‘살림을 전부 떨게 되다’ ‘어떤 것이 마지막이 되어 끝판에 이르다’는 의미로 쓰인다. “망고 땡”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이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일이 끝나 자유롭게 됐을 때 사용되는 말이다. 연을 날릴 때 얼레의 줄을 남김없이 전부 풀어 주는 것을 ‘망고’라고 하는 데서 생긴 말이다.

‘포도하다’는 ‘도둑을 잡다’, ‘수박하다’는 ‘붙잡아 묶다’, ‘오이하다’는 ‘충고하는 말이 귀에 거슬리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감하다’는 ‘물체의 길이나 넓이, 부피 등이 본디보다 작아지다’, ‘배하다’는 ‘조정에서 벼슬을 주어 임명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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