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기업 입사문턱 높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올 하반기 국내 주요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그룹의 인사담당자들은 아직 올 가을 신입사원채용계획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인원수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 이유는 평균 20%선에 육박하는 높은 임금인상과 수출부진 등에 따른 채산성악화로 경영효율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동화·생력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대신 가능한 한 인원을 줄이려 하기 때문이라고 회사관계자들은 밝혔다.
이 때문에 올 가을 입사경쟁은 예년보다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부 직종은 벌써부터 극심한 구인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요즘 대학가에서 「가장 잘 팔리는」학과로 통하는 전자공학과와 화공·기계과 출신들에 대한 각 그룹간의 스카우트경쟁이 그 같은 예의 하나다.
예를 들어 전자공학과의 경우 한해에 졸업하는 학생 수는 4천6백명선으로 이 가운데 대학원진학·유학·군입대 등을 뺀 취업가능인력은 2천6백∼3천명선. 그러나 한해에 삼성그룹에서만 1천명, 럭키금성그룹에서 1천7백명 가량의 전자공학과 출신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을 둘러싼 각 그룹간의 스카우트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유화업체증설과 조선·자동차의 호황에 따라 화공·기계과 출신들도 제때 붙잡기가 쉬운 노릇이 아니다.
전자·화공·기계과 출신들을 채용하기가 이처럼 힘들게 되자 대부분의 그룹들은 꼭 전공에 구애되지 않고 관련학과 학생채용 등의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부터 전공제한을 철폐, 모집 직종과 연관성 있는 학과에 적을 둔 학생들도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럭키금성그룹도 전자공학과 출신 외에 전기·전자통신·전자재료·물리·응용물리·재료공학과 출신도 함께 뽑고 있고 화공과는 공업화학·고분자화학·화학·유전자공학까지, 또 기계과는 기계설비·정밀기계·생산기계과 출신까지 포괄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 직종의 인력부족으로 어떤 경우에는 관련학과의 이름만 붙으면 실력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채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주요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솔직히 말해 학생들의 실력이 걱정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몇몇 그룹들은 이른바 입도선매 식으로 우수학생들을 채용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재학중인 학생들에게 「대여장학금」또는 「산학협동장학금」등의 이름으로 학비와 생활비등을 대주고 이들을 스카우트하는 방법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전자가 1백여명, 현대자동차가 35명 가량, 그리고 건설·중공업 등을 합쳐 약 2백여명에게 등록금과 생활비 조로 학생 1명당 1년에 2백여만원씩의 대여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럭키금성도 화학·화공학·전자·전기 등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에게(주)럭키에서 20명, 금성사에서 4백여명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그룹도 공개를 꺼리고 있으나 럭키금성과 비슷한 수준의 대여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우그룹은 아직 대여장학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대여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관련 기업에 입사를 하면 그동안 받은 학자금은 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가령 타회사로 스카우트 당하면 받은 돈만큼 물어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대여장학생이 입사를 안 하면 「대여」를 「상환」해야하는 부담이 있어 어느 정도 구속력은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각 그룹들은 또 우수인력 확보책의 일환으로 인턴사원제를 실시하고 있다.
84년 럭키금성그룹이 최초로 실시한 이래 이제는 대기업들 사이에서 정착돼가고 있는 이 제도는 여름이나 겨울방학기간 중 각 학교에 추천을 의뢰해 학생들을 모집, 수습사원형식으로 근무시키는 제도다.
지금까지 3천5백명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했던 럭키금성은 지난달 6일부터 28일까지 3주일간 전기·전자·화공과 학생 4백명을 채용, 일반사원과 똑같이 근무시켰다. 월급은 30만원. 또 삼성 3백명, 현대가 3백30명, 대우전자가 85명, 포철이 2백50명을 선발, 1주일에서 한달씩 인턴사원으로 채용하면서 회사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는 등 우수인력채용을 위한 홍보를 하고 있다. <유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