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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내 말 들어' 식의 공감 없는 직장서 혁신 이뤄질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49)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경제학자이자 혁신 경제학의 대부인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을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피터 드러커는 혁신을 인적·물적·사회적 자원에 더 많은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기존 제품보다 한층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지속적 혁신’과 이에 반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낮은 가격을 제공할 수 있는 ‘파괴적 혁신’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학자가 혁신을 나름대로 정의하는데, 모두의 공통점은 ‘이전과 다르고 새롭다’다. 보통 혁신 또는 이노베이션이라 하면 노벨상 수준의 급격한 새로움을 기대한다. 그러나 실제 혁신은 이보다는 우리 생활과 친근하면서 평범한 데서 나온다. 심지어 누구든지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것도 혁신으로 불린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이 스타트업이 이룩한 혁신을 노벨상 수준이 아니라며 깎아내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날로 먹는 것’ 아닌 스타트업의 혁신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CEO. 넷플릭스는 놀라운 혁신으로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놓았다. 1998년, DVD를 우편으로 배송한다는 혁신으로 시장을 정복했다.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했고, 2019년 1분기에 전 세계 가입자 1억 4890만 명을 돌파했다. 그 바탕에는 끊임없이 직원의 성장을 독려하고, 자유롭되 책임을 강조하고, 성과를 중요시하는 기업문화가 있었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CEO. 넷플릭스는 놀라운 혁신으로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놓았다. 1998년, DVD를 우편으로 배송한다는 혁신으로 시장을 정복했다.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했고, 2019년 1분기에 전 세계 가입자 1억 4890만 명을 돌파했다. 그 바탕에는 끊임없이 직원의 성장을 독려하고, 자유롭되 책임을 강조하고, 성과를 중요시하는 기업문화가 있었다. [사진 넷플릭스]

전 세계 스타트업이 혁신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기존 기업들이 OO랩, XX센터 등의 조직을 만들고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흉내 내지만 성공적인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외형적 분위기가 혁신을 창출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혁신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혁신을 창출한 스타트업은 느슨해 보이는 근무환경과 달리 치열한 삶을 산다. 실패를 적극적으로 장려하지만, 동시에 그 실패로 인해 입을 피해를 걱정하며 잠을 못 이룬다. 복장이 자유롭고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지만, 매우 엄격한 업무 프로세스와 상하 간에 높은 신뢰를 구축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매일의 성과에 대해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비판하고 심한 경우 상처를 주기도 한다. 모든 기업이 그렇듯이 스타트업이 이루는 혁신도 결코 ‘날로 먹은 것’은 없다.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것과 같이 어려운 것이 스타트업 혁신이라고 보면 된다.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낡은 가죽을 새롭게 함을 의미한다. 즉, 혁신은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다. 다르다는 것이 모두 새롭지는 않지만, 새로운 것은 다르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창출하려면 다름에 대한 거부 반응도 없어야 한다. 다르다고 배척하는 폐쇄적 이기주의에 빠지면 결코 다름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혁신은 기존의 것과 다른 현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다름을 배척한다면 결국 혁신도 없다.

혁신의 연료는 공감 능력

혁신을 이루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창의력이다. 혁신은 기업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연료이며, 창의력은 혁신을 가능케 하는 연료다. 창의력 개발을 위해 우리는 ‘디자인 씽킹’ 등 수많은 전략적· 논리적 훈련에 집중한다. 이와 관련, 미국의 코네티컷대와 일리노이대가 공동으로 창의력 향상의 요소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머리가 아닌 마음이 창의력 향상에 더 중요한 요소라는 재미난 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하지만, 실상은 감정이입, 즉 공감 능력이 창의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공감 능력을 통한 창의적 사고의 결과물이 전략과 논리를 통할 때보다 실용성 면에 있어 만족할만한 결과를 낳았다. 이는 타인을 생각하고 공감하는 것이 인지적 유연성을 향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지적 유연성은 창의력에 있어 중요한 능력이다)

공감은 창의력을 향상해 혁신으로 이끈다. 팀원이 서로의 희로애락을 이해하고 내 입장처럼 받아들일수록 혁신의 욕구와 의지가 강해진다. 그리고 경제적 가치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사진 unsplash]

공감은 창의력을 향상해 혁신으로 이끈다. 팀원이 서로의 희로애락을 이해하고 내 입장처럼 받아들일수록 혁신의 욕구와 의지가 강해진다. 그리고 경제적 가치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사진 unsplash]

공감 능력은 ‘네 이야기를 다 이해했으니, 말 끝났으면 이제부터 닥치고 내 말 들어’라는 우월적 자세로는 만들 수 없다. ‘네 이야기를 통해 네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함께 그 감정을 나누자’는 것이 공감 능력이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 창의력이 중요한 스타트업에게 이 연구 결과는 상당히 의미를 갖는다.

공감은 상대의 기쁨, 슬픔, 소망, 고통, 분노, 좌절, 신념 등에 대해 이해하고 상대의 입장을 내 입장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최고의 제품은 사람과 고객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한마디로 공감 능력이다. 고객의 행동과 경험을 깊이 공감하고, 이들이 맞닥뜨린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임직원이 많을수록 혁신의 욕구와 의지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기계와 데이터만으로는 혁신을 이루기 부족한 이유이기도 하다.

혁신의 중요한 특징이 있다면 여기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는 점이다. 경제적 가치는 고객을 통해 창출된다. 고객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혁신은 경제적 가치도 없다. 갑질과 꼰대는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공감 능력이 없음을 의미한다. 꼰대와 갑질은 고객과의 공감 형성을 방해하고 혁신을 불가하게 만든다. 공감 능력이 없으면 창의적일 수 없으며, 창의적이지 못하면 혁신을 일으킬 수 없다.

크리스텐슨 연구소에 의하면 혁신은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프로세스다. 즉, 모든 자원을 들여 열심히 노력해도 성장이 정체되는 어려움에 빠져 있다면, 혁신 부재가 그 원인일 수 있다.

한국은 정이 많은 사회라 한다. 그만큼 공감 능력과 연민이 풍성한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남이 아니다’라는 자세로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연민을 느끼는 곳에 정을 활용하면 좋겠다. 스타트업은 고객에 대한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혁신에 매진하고, 공공부문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데 의무와 책임을 다할 때 한 국가의 혁신성장도 가능해질 것이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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