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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득 신고 처리 미흡했다" …징계 판단은 '합동위원회'로 미뤄

중앙일보

입력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 [연합뉴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 [연합뉴스]

23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 ‘안인득 방화·살인사건’과 관련한 112 신고에 대해 경찰 조치가 일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경찰청은 유족들이 “사건 발생 전 여러 차례 경찰에 안인득의 난동 등을 신고했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참사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지난 4월 18일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했다.

경남경찰청 안인득 신고 대응 적정성 조사 결과 발표 #8건의 신고 중 상당수 경찰 대응 미흡 인정

13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 17일 사건 발생 이전 안인득과 관련해 112에 신고된 사건은 모두 8건이다. 2018년 9월 26일에 ‘출입문에 누군가가 똥칠을 해두었다’는 신고가 처음이었다. 이후 2019년 3월 13일까지 ‘집 앞에 오물을 뿌려놓았다, 망치를 휘두르고 욕설하고, 아래층 사람이 쫓아오며 욕설을 한다’ 등의 7건의 신고가 이어졌다. 특히 사건 발생 직전인 2,3월에 6건의 신고가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실을 통해 공개된 안인득 관련 112신고 녹취록을 보면 지난 2월 28일 신고에서 주민은 “지난번 우리 집 앞에 오물 뿌리고 가서 신고한 적이 있기는 한데, 방금 출근을 하는데 아래층 남자가 계란을 던지고 하면서 나한테 폭언을 퍼붓고 지금 만나기로 했는데 (경찰이) 지금 와야 돼요. 지금 불안해서 못 살아요”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이어 “지금 좀 빨리 와주세요”라고 독촉했지만, 경찰은 “내용을 알고 가야 돼요. 빨리 가는 거 좋은데 알고 가야죠”라고 대응했다.

얼굴 공개된 안인득. 송봉근 기자

얼굴 공개된 안인득. 송봉근 기자

다음 달 13일에도 “어제 제가 경찰 접수를 해서 아랫집 때문에요. 내려오자마자 욕을 하고 해서 집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지금 이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며 “집에 못 올라가겠어요. 우리 아랫집이 돼서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아닙니까”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잇따른 신고에서 주민은 불안함과 절박함을 보였지만 경찰은 CCTV 설치를 안내하거나 안인득을 계도하는 수준에서 대부분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은 이 중 안인득의 윗집 등에서 신고한 상당수의 사건이 경찰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인득 관련 신고 출동 시 정신질환 관련 정보 제공이 없는 상황에서 안인득이 정확한 의사 표현 등 정상인과 다르게 행동하지 않아 정신질환 인지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반복된 신고와 사건 처리를 하면서도 이웃 간 시비로 오인하여 신고자의 불안과 절박함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였고, 피해자들의 정신질환 주장을 기초로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질환을 의심한 일부 경찰관도 위험 예방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못하는 등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남경찰청은 지난 4월 18일 오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안씨의 신상을 공개키로 결정 했다.송봉근 기자

경남경찰청은 지난 4월 18일 오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안씨의 신상을 공개키로 결정 했다.송봉근 기자

하지만 경찰은 해당 경찰관에 대한 징계 등 처벌 수위를 곧바로 결정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미흡한 경찰 조치와 관련해 조만간 ‘경남경찰청 인권·시민감찰 합동위원회’에 회부해 감찰조사 등의 판단을 묻기로 했다. 또 앞으로 정신질환으로 인한 강력범죄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 등의 개선 조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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