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 최준 넣고 ‘거미손’ 이광연 막았다

어려서 프로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은 축구에서 최준(왼쪽)은 대학생 선수다. 그가 결승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앞에선 최준(20·연세대)이 넣었고, 뒤에선 이광연(20·강원)이 막았다. 한국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결승 진출을 위해 활용한 ‘승리 공식’이다.

한국 결승 진출 이끈 두 축구 영웅 #최준 “축구 인생 최고의 골” #이광연 “간절함 덕분에 막아내”

최준은 ‘에콰도르전 영웅’이 됐다. 12일 에콰도르와의 U-20 월드컵 4강전에서 전반 39분 선제골이자 결승 골을 터뜨려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찰나의 순간에 ‘작품’이 완성됐다. 프리킥 찬스에서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잠깐 흐트러진 틈을 타 최준이 순식간에 상대 수비를 허물었다. 공격 에이스 이강인과 눈빛을 주고받은 뒤 그의 프리킥 패스를 받아 전광석화 같은 골을 만들었다.

먼발치에 있는 상대 골대를 바라보며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직접 볼을 띄울 것처럼 표정 연기를 하던 이강인이 순간적으로 돌파하는 최준의 움직임을 읽고 빠르게 패스를 해서 발 앞으로 정확히 공을 보냈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최준이 오른발로 감아 차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 최준의 첫 번째 골.

최준은 정정용 호에서 왼쪽 측면 윙백으로 뛰고 있지만, 2년 전까지는 날개 공격수였다. 순간 스피드가 빨라 ‘치타’라는 별명을 얻었다. 많이 뛰면서 공격 가담 능력이 뛰어난 수비수를 찾던 정 감독의 눈에 띄어 보직을 바꾼 게 ‘신의 한 수’였다. 최준은 일본과의 16강전에서 오세훈의 골을 어시스트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정호진(20·고려대)과 더불어 대학생 신분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 중이다.

선방으로 승리를 지킨 골키퍼 이광연이 김대환 골키퍼 코치 등에 업혀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점 이후 벼랑 끝에 몰린 에콰도르가 후반전에 파상 공세에 나서자 수문장 이광연은 눈부신 선방 쇼를 펼쳤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린 뒤 좌우 폭을 한껏 넓히면서 총공세에 나선 에콰도르를 상대로 수퍼세이브를 5개나 기록하며 한국의 승리를 뒷받침했다.

후반 추가시간이 하이라이트였다. 상대 공격수 레오나르도 캄파냐의 헤딩 슈팅을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막아냈다. 이광연은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에콰도르 선수가 시도한 슈팅도 막아내는 등 마지막까지 ‘방어 본능’을 풀지 않았다.

이광연은 키 1m82㎝로 이번 대회 출전한 골키퍼 중 가장 작다. 신체적인 약점을 뛰어난 반사 신경과 순간 판단력, 문전 집중력을 앞세워 극복했다. 그는 세네갈(아프리카)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도 선방 쇼를 펼쳐 한국의 4강행을 이끌었다. 축구 팬들은 “벤투 호에 갓현우(조현우)가 있다면, 정정용 호에는 빛광연이 있다”며 찬사를 보낸다

경기 후 믹스트존(mixed zone·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최준과 이광연은 ‘승리의 주인공’이라는 취재진의 칭찬에 손사래를 쳤다. 최준은 “내 축구 인생 최고의 골이었다”면서도 “내가 뒷공간을 파고드는 장면을 (이)강인이가 정확히 파악해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막판에 실점 위기가 많았는데, ‘빛광연’이 잘 막아줘 이길 수 있었다”면서 “경기에 출장하지 않은 선수들이 더욱 열심히 응원하는 것도 결승 진출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골키퍼 이광연은 “경기 종료 직전에 막아낸 볼은 처리하기 어려웠는데 간절함이 있어 손끝에 걸린 것 같다”면서 “팬들이 ‘빛광연’이라 불러주시는 걸 안다. 영광스럽지만 동료 골키퍼 중 누가 뛰었더라도 ‘빛’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블린=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