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쥐 실험에서 백혈구 줄었지만 최종 보고서 나오기 전 가습기살균제 출시

중앙일보

입력

애경에서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오른쪽은 실험용 쥐. 기사와 관계 없음. [중앙포토]

애경에서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오른쪽은 실험용 쥐. 기사와 관계 없음. [중앙포토]

가습기 살균제 출시 전 동물 실험에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를 무시하고 제품을 생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필러물산 대표 재판에서 애경이 2016년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백서를 공개했다. 필러물산은 SK케미칼에서 받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가습기살균제를 애경에 납품한 업체다.

 검찰이 재판에서 공개한 백서에 따르면 1994년 10∼12월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팀은 쥐 10마리를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시켜 3개월‧6개월 등 기간에 따른 영향을 분석했다. 검찰은 해당 백서를 통해 3개월 이상 가습기 살균제를 맡은 쥐들의 혈액에서 백혈구가 유의하게 낮은 상태로 나타났다는 점을 잡아냈다. 백혈구는 몸 속에 침투한 세균을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검찰은 재판에서 “서울대 실험 결과 최종 보고서가 나온 1995년 전에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출시됐다”고 주장했다.

SK케미칼 전 직원 최모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영장실질 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최씨는 SK케미칼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PHMG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인물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다.[연합뉴스]

SK케미칼 전 직원 최모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영장실질 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최씨는 SK케미칼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PHMG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인물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다.[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11일 SK케미칼 전직 직원 최모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최씨는 2006년 옥시 측에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독성을 알고서도 공급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사태 주무부처인 환경부 공무원으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내부 자료를 건네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브로커 A(55)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6000만원을 받고 2017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정부부처를 상대로 가습기살균제 사태 무마를 위한 접촉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애경산업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환경부 내부 문건을 발견해 이같은 정황을 포착했다. 환경부도 지난 5일 문건을 유출한 서기관에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