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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돼지 콜라겐으로 만든 잇몸막, 인공 뼈 시멘트…SK바이오랜드가 만드는 별별 의료 소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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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돼지 피부로 잇몸막 만든다

 ‘치과용 멤브레인’이란 게 있다. 임플란트 시술 때 치조골이 부족한 환자의 잇몸 등에 붙이는 얇은 콜라겐 막을 뜻한다. 치조골이 재생하는 걸 돕는다. 이걸 뭘로 만드는 지가 특이하다. 원 재료는 돼지 피부다. 국내 멤브레인 시장의 최강자는 SK바이오랜드로 40% 대 점유율을 자랑한다. SK바이오랜드는 화장품ㆍ건강기능식품의 재료가 되는 천연소재(이하 천연물) 전문기업이다. 멤브레인 시장에서처럼 천연물 추출 시장의 1위 업체다.

SK바이오랜드 오창공장. 치과용 멤브레인과 골절 환자용 뼈 시멘트 등 인체 조직재생 관련 제품을 만든다. [사진 SK바이오랜드]

SK바이오랜드 오창공장. 치과용 멤브레인과 골절 환자용 뼈 시멘트 등 인체 조직재생 관련 제품을 만든다. [사진 SK바이오랜드]

몇달 달인 감초 추출물 1㎏에 1000만원 

지난달 30일 중앙일보가 방문한 충북 청주시 SK바이오랜드 오송공장. 공장에 들어서자 한약방에 온 듯한 향기가 가득했다. 매캐한 연기나 코끝을 자극하는 알코올 냄새는 없었다. 공장 관계자는 “천연물 추출이란 쉽게 말하면 각종 약초 같은 천연 소재들을 달이고 추출하는 작업의 반복”이라고 했다. 공장 2층에 들어서자 사람 몸집보다 큰 축출기에선 감초 추출물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몇 달간 간 감초 1t을 계속 다려 1㎏짜리 천연물을 만든다고 했다. 1㎏당 1000만원이 넘는 고가품이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에 수출된다.

SK바이오랜드는 일반엔 잘 알려지지 않지만, 화장품이나 제약 업계에선 유명한 기업이다. 취급하는 천연물은 인삼과 감초, 당귀 등 1000여 종에 달한다. 실제 공장 1층의 소재 연구실은 서랍마다 각종 약초로 그득했다. 지난해 매출은 942억2000만원, 당기순이익은 135억5000만원이다. 국내 주요 화장품 회사는 물론 해외 명품 브랜드에도 납품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돼지 뼈 분쇄해 치과용 골 이식재도 

최근엔 사업 범위를 넓혔다. 그간 천연 화장품 소재가 주력이었다면 이제는 조직 재생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콜라겐으로 만든 치과용 멤브레인이 그 예다. 밑천은 SK바이오랜드가 가진 기술력이다. 오랜 세월 화장품에 들어가는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을 다뤄온 노하우를 활용했다. SK바이오랜드는 20년 이상 축적한 연구개발 능력으로 1000여개의 제품을 개발했고, 관련 특허도 100개이상 보유 중이다.

치과용 멤브레인에 그치지 않고 사람 뼈와 성분이 비슷한 돼지 뼈를 분쇄해 만든 치과용 골 이식재도 2017년 개발했다. 여기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이듬해엔 척추 등에 쓰이는 정형외과용 합성골 이식재와 골절 환자를 위한 뼈 시멘트까지 내놓았다.

화상 환자에 붙이는 국내 유일 인공진피 생산

피부과 영역에도 진출했다. 의료용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을 원료로 하는 창상피복재(제품명: CollaHeal Plus)가 대표 주자다. 창상피복재는 2도 이상의 화상이나 욕창 등으로 인한 피부조직 재생을 돕는다. 재생이 힘들 정도로 심한 손상을 입은 이들을 위한 인공진피 제품(INSUREGRAF)도 출시했다. 마찬가지로 의료용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을 원료로 한다. 국내에서 인공진피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SK바이오랜드가 유일하다. 시장 진입 초기이지만, 이 회사의 창상피복재 관련 제품들은 10%대 시장 점유율을 누린다. 주로 대학병원이나 화상 전문병원에서 쓰인다.

줄기세포 치료제까지 도전

다음 목표는 줄기세포 치료제다. 부족한 기술은 줄기세포 치료제 전문 기업들과 손을 잡아 메웠다. 발목 관절염과 아토피 피부염 관련 치료제를 내놓는다는 목표다. 비교 우위를 가진 정형외과와 피부과 분야가 그 출발점이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는 현재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랜드 이근식 대표가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랜드]

SK바이오랜드 이근식 대표가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랜드]

이근식(57ㆍ사진) SK바이오랜드 대표는 “쉽게 말해 천연물에서 뭐든 짜내고, 이를 활용하는 건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기존 천연물 시장에서 다진 영업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체조직재생’ 기업이라는 목표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청주ㆍ천안=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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