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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성폭력 피해여성, 주민등록번호 변경으로 자구책

중앙일보

입력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원하는 여성 중 상당수가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피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원하는 여성 중 상당수가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피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또다른 피해를 막기 위한 자구책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등록번호 변경 제도 시행 2년 #번호 변경한 955명 중 636명이 여성

행정안전부가 주민등록번호 변경 제도를 시행한 2017년 이후 현재까지 955명이 새 주민등록번호를 발부받았다. 이중 636명(66.6%)이 여성이다.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한 이들은 사기나 폭력 등의 피해자다. 개인정보가 유출돼 또 다른 피해가 우려돼 주민번호를 변경했다. 피해 유형은 보이스피싱 298건(31.2%)이 가장 많았고, 신분 도용 266건(27.9%), 가정폭력 203건(21.3%), 상해·협박 105건(11%), 성폭력 37건(3.9%), 기타 46건(4.8%) 순이다.

성별로는 여성 636명, 남성 319명으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 역시 보이스피싱 182명(28.6%) 피해로 인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가장 많았다. 남성에 비해 가정폭력 176명(27.7%), 데이트폭력 89명(14%), 성폭력 37명(5.8%)을 이유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1월 행안부가 발간한 주민등록번호 변경 사례집에 따르면 여성 A씨는 10년간 교제하던 전 남자친구에게 교제 당시에 자주 폭행 당했고, 헤어진 뒤에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다는 협박에 시달려왔다. 전 남자친구는 A씨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었고, A씨의 명의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았다. A씨는 보복과 또 다른 금전적 피해를 우려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했고, 최종 변경됐다.

행안부는 주민등록번호 변경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그간 신청자의 주민등록지 읍·면·동사무소에서만 변경 신청을 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전국으로 확대하고, 법정 처리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할 방침이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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