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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돌 크루즈사 지분, 헝가리 정부 51% 소유"···부실수사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 유람선 ‘허블레아니’ 침몰 현장에서 정부합동신속대응팀과 헝가리 관계자들이 선체인양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8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 유람선 ‘허블레아니’ 침몰 현장에서 정부합동신속대응팀과 헝가리 관계자들이 선체인양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아 침몰시킨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의 선장이 구속돼 있지만 사고 관련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현지 언론 "인명 피해 불구 선장 정황 안 밝혀" #증거 인멸, 사고 전력 공개후 두 변호사 사임 #"바이킹 시긴호 선사와 헝가리 정부 국부펀드 # 부다페스트 알짜 선착장 싹쓸이 공동 소유"

 8일(현지시간) 헝가리 매체 인덱스(index) 등에 따르면 바이킹 시긴호의 유리 C.(64) 선장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사고 당시 정황에 대해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 헝가리 경찰은 대규모 인원을 투입해 당시 사고의 원인을 가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사고 관련 목격자 66명의 진술을 들었고, 바이킹 시긴호에 탑승했던 승무원 등 관련자 203명을 조사했다. 크루즈선의 통신 장비와 레이더 스크린, 통신 데이터 기록 등도 확보했다.

 앞서 헝가리 검찰은 이 선장이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을 발표했다. 페렌츠 라브 헝가리 부다페스트 검찰청 대변인은 “용의자가 침몰 사고가 난 시점과 휴대전화기를 압수당한 시점 사이의 기록을 모두 지웠다. 삭제한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헝가리 검찰은 법원이 이 선장에게 보석이 가능하도록 한 데 대해 항고 중인데, 그가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점을 보석해줘선 안 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을 들이받은 바이킹 시긴호의 유리 C. 선장을 변호하다 최근 사임한 엘료 가보르 변호사. [PS방송 캡처]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을 들이받은 바이킹 시긴호의 유리 C. 선장을 변호하다 최근 사임한 엘료 가보르 변호사. [PS방송 캡처]

 유리 선장을 변호하던 변호사 두 명은 더는 사건을 맡지 않는다고 현지 매체 오리고(ORIGO) 등이 전했다.
 가보르 엘료 변호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유리 선장이 40년 이상 무사고 경력을 가진 ‘운항의 달인'이며,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전문가가 확인하지 않아 입장을 밝힐 게 없다"며 무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임 이후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와 함께 변호하던 토트 벌라주 변호사도 활동을 중단했고, 유리 선장은 새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 선장은 당초 주장과 달리 지난 4월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선박 추돌 사고 당시에서 가해 선박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서 헝가리 수색팀 잠수사가 본격적인 수중 수색 가능성을 확인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서 헝가리 수색팀 잠수사가 본격적인 수중 수색 가능성을 확인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부다페스트 현지에서는 바이킹 시긴호가 속한 선사가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헝가리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점이 추돌 사고를 낸 유리 선장에 대한 수사와 처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인덱스와 hvg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바이킹 시긴호의 소유주는 세계적으로 크루즈 사업을 하는 스위스 기업 바이킹 크루즈사다. 이 회사의 헝가리 법인이 헝가리 정부 국부펀드와 함께 여객선박업체 머허르트 패스네이브의 공동소유주라는 것이다. 머허르트 패스네이브는 다뉴브강 투어를 진행하는 선박들이 대부분 정박하는 부다페스트 핵심 지역의 선착장 70여 곳을 확보하고 있다. 인덱스는 “도심 알짜 선착장은 모두 머허르트의 소유"라고 보도했다.

 헝가리 정부 측 지분 51%는 헝가리 관광청이 관리하고 있는데, 오르반 총리의 딸 라헬이 관광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헝가리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바이킹 시긴호를 압수하지 않고 하루 만에 운항을 허가한 것이 이런 관계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오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사고현장에서 클라크 아담 인양선이 머르기트 다리를 통과하고 있다. [뉴시스]

7일 오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사고현장에서 클라크 아담 인양선이 머르기트 다리를 통과하고 있다. [뉴시스]

부다페스트=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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