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숙청설 보도 맞는지 모르겠다, 김정은 만나길 고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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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북한 협상단에 대한 숙청설 보도가 정확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북한 협상단에 대한 숙청설 보도가 정확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의 숙청설에 대해 "보도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중 김영철 부위원장을 지목해 "그는 강한 사람이며 지난 밤에 극장에 있었기 때문에 처형당하지 않았다"라고도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적절한 시점에 만나기를 고대한다"며 3차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어놨다.

"그는 강한 사람, 요전 날 밤 극장에 있었다" #"다른 4명은 몰라" 김혁철 언급인지 불투명 #"김 위원장 합의 원하고, 나도 합의 원해" #북 "인내심 한계" 위협을 대화 신호로 해석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 기자회견 중 '당신의 정상회담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북한에서 처형됐다는 보도를 봤느냐. 김 위원장이 이 사람들을 처형했을 수 있는 데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보도가 정확한지 모르겠다"며 "그들이 얘기한 우리와 협상했던 남성중 한 명은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의 건재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실력자이고 강한 사람"이라며 "그들은 그가 처형됐다며 김정은을 즉각 비난하고 싶어하지만 그는 요전 날 밤에 극장에 있었기 때문에 처형당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보도)이 처형됐을 것으로 추정했던 사람 중 한 명은 전혀 처형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강제노역형설이 보도된 김영철 부위원장과 처형설이 보도된 김혁철 대표를 혼동한 것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흰색 원내)이 지난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군인가족예술조조경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흰색 원내)이 지난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군인가족예술조조경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네 명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흥미로운 상황"이라고도 했지만 김혁철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앞서 일본 대북 전문 잡지 '림진강'은 지난달 3일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무역 관리와 함경도 주민을 인용해 외무성 관리 4명에 대한 총살설이 떠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잡지는 "외무성 관리 4명이 4월 초순 총살됐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으며 이들 중 하노이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 한 명과 외무성 관리 한 명은 정상회담 전 미국에 정보를 넘긴 혐의"라고 전했다. 이후 조선일보가 김 부위원장의 강제노역형과 함께 "김혁철 대표가 3월 다른 4명의 외무성 관리와 함께 총살당했다"고 보도했고, CNN은 "김혁철은 구금 상태로 살아있다"고 상반된 보도를 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숙청설 보도를 김 위원장 비난용이라며 감싼 뒤 "김 위원장은 합의하고 싶어하고 나도 그와 합의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한 시험은 없었고 솔직히 말해 오랫동안 핵 실험도 없었기 때문에 상당히 잘 돼가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와 그 전엔 항상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지난달 두 차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한 셈이다.

그의 3차 회담 발언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위협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외무성 대변인은 4일 담화에서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선 핵포기' 주장을 고집하여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는 최대의 실책을 범했으며 북미대화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다"며 "지금의 셈법을 바꾸고 하루빨리 우리 요구에 화답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현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의 거친 성명을 조바심을 내는 신호로 보고 제재 고삐만 유지하면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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