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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부모 욕까지 하며 먼저 먹겠다 싸우던 돈가스집...다시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네주민인데 전날 저녁부터 줄 서서 저렇게 소란 피우고 담배 피우고 그러는데 진짜 못 살겠습니다."(maso****)
“웨이팅 기계 하나 세우심이.. 연락처 적고 가면 문자로 연락가고, 그럼 밖에서 줄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gelb****)  
"인터넷 예약제 하면 될 걸 왜 자꾸 줄 서게 만드나“(roex****)
"그저 인스타, 블로그에 자랑질하려는... 젊은 백수들이 90% 이상 일게다."(juny****)
<"부모님 욕까지 먹어"…'골목식당' 돈가스집 영업중단 사연>이라는 제목의 지난 1월 중앙일보 보도 이후 독자 반응 중 일부다. 네티즌들은 말다툼을 한 당사자뿐 아니라 새벽부터 줄을 선 손님들과 대기 제도를 손보지 않은 가게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냄비 근성’이라며 돈가스집의 인기가 얼마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약 5개월이 지난 ‘골목식당’ 돈가스집의 모습을 ‘뉴스 애프터 서비스(A/S)’ 코너를 통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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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3276230

&#39;골목식당&#39; 돈가스집으로 유명해진 서울 홍은동 포방터시장의 &#39;연돈&#39; 매장 앞 모습. 방송 후 약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아 오전에 대기자가 마감되는 경우가 많다. 편광현 기자

&#39;골목식당&#39; 돈가스집으로 유명해진 서울 홍은동 포방터시장의 &#39;연돈&#39; 매장 앞 모습. 방송 후 약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아 오전에 대기자가 마감되는 경우가 많다. 편광현 기자

‘골목식당’ 돈가스집은 해당 사건 이후 고객 대기실을 만들었다. 홍은동 포방터 시장 초입에 위치한 가게에서 100m 떨어진 빈 점포를 임대해 대기실로 쓰고 있다. 일찍 오는 순서대로 대기실에 가 앉아있으면 오전 9시에 사장이 온 순서대로 대기 명단을 작성해주는 방식이다.

&#39;골목식당&#39; 돈가스집이 인근에 마련한 손님 대기실 모습. 일찍 오는 순서대로 숫자가 써진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면 되는 시스템이다. 편광현 기자

&#39;골목식당&#39; 돈가스집이 인근에 마련한 손님 대기실 모습. 일찍 오는 순서대로 숫자가 써진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면 되는 시스템이다. 편광현 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8시 20분 찾아간 돈가스집의 10평짜리 대기실에는 손님 31명이 고개를 숙인 채 각자 책을 읽거나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대기실 안에는 번호가 쓰인 의자 35개가 있는데 가장 먼저 온 사람부터 순서대로 앉는다. 이날 5번 의자에 앉은 김태호(36)씨는 “나는 연희동에서 출발해 오전 6시 30분에 도착했지만 1번 의자에 앉아계시던 분은 인천에서 출발해 오전 5시 30분에 도착했다”고 했다.

대기실을 5개월째 운영하자 손님들 간 규칙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날 8번째로 온 대학생 김상헌(25)씨는 “일찍 온 손님들끼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처음 온 손님이 보이면 먼저 온 손님이 대기제도를 설명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6번째 손님이었던 배성준(34)씨는 “한 사람이 주문할 수 있는 돈가스는 최대 6개 정도다. 그 이상 시키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배씨는 “문제가 생기면 사장님이 꼭 줄 선 사람들 동의를 구해서 처리한다”라고 덧붙였다.

&#39;골목식당&#39; 돈가스집에서 마련한 대기실에서 손님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편광현 기자

&#39;골목식당&#39; 돈가스집에서 마련한 대기실에서 손님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편광현 기자

돈가스집 사장 김응서씨는 “월세 50만원은 저녁 시간에 대기실을 사용하는 다른 두 가게와 함께 나눠 낸다. 월 17만원에 민원도 해결하고 손님들도 편하게 기다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평일 기준으로 손님이 30~40팀 정도 와서 줄을 선다. 주말에는 손님이 많아지긴 하지만 예전처럼 소란스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돈가스집을 혼자 방문한 손님은 거의 없었다. 5번 의자에 앉았던 김태호씨는 “아내와 아이에게 돈가스를 먹여주고 싶어 회사 연차를 내고 새벽부터 줄을 섰다”고 말했다. 낮 12시가 되자 6번 의자에 앉았던 배씨의 부모님이 가게에 도착했다. 배씨는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최고의 대접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날 언니와 함께 돈가스를 함께 먹으러 온 안모(31)씨도 “꼭 와보고 싶었다. 이렇게 같이 오면 재밌기도 하다”며 웃었다.

돈가스집 근처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2)씨는 “이제는 골목에 줄을 서지 않아 조용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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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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