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낙동강 하굿둑 수문, 32년만에 첫 개방···농민들은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낙동강 하구에 건설된 하굿둑. [사진 부산시]

낙동강 하구에 건설된 하굿둑. [사진 부산시]

부산 낙동강 하굿둑 수문이 건설 32년 만에 첫 개방 된다. 바닷물이 강 상류 3㎞까지 올라갈 수 있게 수문을 시험 개방한다. 하굿둑은 그동안 상류의 수위 조절을 위해 바다 쪽으로 강물이 흐르게 수문을 열어왔다. 하지만 하굿둑 인근 농민들은 염분 피해를 우려하며 수문개방에 반발하고 있다.

6일 밤 수문 1개만 40분간 개방해 #상류 3㎞까지 바닷물 보내 염분조사 #2020년까지 실증시험,부분개방 예정 #농민들 “수문개방 농사 망친다” 강력 반발

환경부·부산시 등은 “바닷물 수위가 하굿둑 안쪽 수위보다 높아지는 6일 오후 10시 40분부터 40분간 수문 1개를 열어 50만t의 바닷물을 상류로 올려보낼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하굿둑 수문은 모두 15개다. 이 중 1개만 일시 개방하는 것이다. 반대로 7일 오전 1시부터 오전 7시 40분까지, 같은 날 오전 11시 50분부터 오후 7시 50분까지 2개 수문을 열어 1600만t을 바다 쪽으로 흘려보낸다. 이 경우 2~3일 이내 염분농도가 원래대로 회복될 것으로 부산시는 보고 있다.

수문 개방이 밤에 이뤄지는 것은 밀물 때를 맞추기 위해서다. 부산시 등은 하굿둑 상류 3㎞까지 바닷물을 흘려보내 40여개 지점에서 염분농도를 측정해 담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부산시 등은 오는 9월 수문을 한 차례 더 열고, 내년에도 시범 개방할 계획이다.

낙동강 하굿둑 주변 시설과 해수유입 거리.자료;부산시

낙동강 하굿둑 주변 시설과 해수유입 거리.자료;부산시

시범개방 뒤 기수역(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곳) 생태계의 복원 가능성을 살펴보고 2020년 12월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일부 수문개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송양호 부산시 물 정책국장은 “수문 전면개방은 시기상조다. 내년까지 하굿둑 상류 5~10㎞ 범위까지 바닷물을 올려보내는 실증시험을 하고 수문을 부분 개방해 기수역 생태계를 살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국장은 이어 “농경지가 둔치·도로를 사이에 두고 강에서 280~710m 떨어져 있고 하굿둑 상류 15㎞에 있는 대저 수문을 통해 서낙동강으로 유입되는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어 농경지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문개방은 낙동강하구 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같은 60여개 환경·시민단체 요구로 이뤄졌다. 이들 단체는 2012년부터 수문을 개방해 기수생태계를 살리자고 주장해왔다. 환경단체는 수문개방을 앞둔 6일 오후 2시 하굿둑 전망대 앞 광장에서는 하굿둑 개방을 염원하는 시민선언 행사를 연다. 이어 선박을 동원해 낙동강 하구 수로를 탐사하고 수문개방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 한다.

낙동강 하굿둑. 강 가운데 있는 것이 을숙도이다. [사진 부산시]

낙동강 하굿둑. 강 가운데 있는 것이 을숙도이다. [사진 부산시]

환경단체는 낙동강 보 건설 등으로 하굿둑 건설의 목적이 약해졌다며 수문을 개방해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자고 주장한다. 단계적으로 수문 일부를 열어 상류의 염분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뒤 개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는 “하굿둑은 기수역 상실과 수중생태계 교란, 어도 단절, 어패류 감소, 철새 개체 수 급감, 강물 흐름 저하에 따른 녹조 발생, 하상 퇴적에 따른 오염도 증가 같은 피해를 초래했다”며 “하굿둑 개방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근 농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문을 열면 바닷물의 염분이 토양과 지하수에 스며들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농민들은 피해대책부터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굿둑 인근 강서구 농민은 1만5000여명에 이른다. 농민들은 수문개방을 저지할 뜻을 밝혔다.

반재화(62) 서낙동강 수계 살리기 범주민연합회장은 “대통령과 시장 공약이라서 농민 피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수문개방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염분이 스펀지 같은 농경지에 한 번 스며들면 다시 빼내기 어려워 농작물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굿둑 상류 5㎞ 떨어진 강동동 일대 3만3000㎡(1만평)의 농경지에서 대파·토마토·벼 농사 등을 짓고 있다. 실제 환경부가 2013~2015년 두 차례 생태복원을 위한 타당성 조사연구를 한 결과 수문 단계적 개방 때는 상류 10㎞, 완전 개방 때는 상류 27㎞(현 물금·매리취수장)까지 바닷물이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2016년 11월 16일 하굿둑 개방을 위한 용역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사진 부산시]

2016년 11월 16일 하굿둑 개방을 위한 용역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사진 부산시]

바닷물이 강 상류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 을숙도 좌안에 10개 수문, 2013년 4대강 사업으로 을숙도 우안에 5개 수문 형태로 건설됐다. 사하·강서구를 잇는 길이 2230m, 높이 18.7m 규모다. 염분으로 농사가 힘들었던 낙동강 인근 4억㎡의 땅을 확보해 식량을 생산하고, 강 수위를 높여 부족한 부산·울산·경남에 식수와 농·공업용수(6억4800만t)를 공급하자는 목적이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