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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들 덕분에 더욱 풍성해진 벨기에 엄마의 집밥 솜씨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교동 다산북살롱에서 만난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와 엄마 베로니끄 퀸타르트. 아들과 함께 한국 방송에 몇 차례 출연한 그는 최근 요리책 『유럽식 집밥』을 출간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서교동 다산북살롱에서 만난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와 엄마 베로니끄 퀸타르트. 아들과 함께 한국 방송에 몇 차례 출연한 그는 최근 요리책 『유럽식 집밥』을 출간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초콜릿ㆍ와플ㆍ맥주. 벨기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3대 명물이다. 그럼 다른 음식은 맛이 없다는 걸까. JTBC 예능 ‘비정상회담’으로 낯익은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32)가 가장 많이 받은 오해 중 하나다. 그는 ‘벨지안 프라이’부터 설명했다. “프렌치 프라이는 원래 벨기에가 원조인데 미군이 감자 튀김을 처음 맛본 벨기에 왈로니아를 프랑스로 오해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며 “홍합찜이나 미트볼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삼청동 외할머니’서 요리실력 뽐낸 #벨기에 출신 줄리안 엄마 베로니끄 #요리 에세이 『유럽식 집밥』 출간

음식에 관한 그의 자부심에는 어머니 베로니끄 퀸타르트(64)의 요리 솜씨도 있다. 간호사로 활동하고 유기농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등 건강한 음식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베로니끄는 KBS2 예능 ‘삼청동 외할머니’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헝가리ㆍ코스타리카ㆍ태국ㆍ멕시코ㆍ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여성들이 선보인 자국 요리 중에 그가 만든 벨기에식 미트볼ㆍ치킨커리ㆍ체리파이 등은 단연 인기를 끌었다. 그의 음식 솜씨는 4년 전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통해 벨기에를 방문한 개그맨 유세윤이 “한 입 한 입 먹는 순간에도 음식이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고 했을 정도.

“흩어져 사는 가족 위해 만든 요리책”

2015년 예능 프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방문한 벨기에 줄리안의 집. [사진 JTBC]

2015년 예능 프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방문한 벨기에 줄리안의 집. [사진 JTBC]

베로니끄가 줄리안의 친구들에게 대접할 벨기에식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JTBC]

베로니끄가 줄리안의 친구들에게 대접할 벨기에식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JTBC]

최근 요리책『유럽식 집밥』(다산북스)을 펴낸 베로니끄를 아들 줄리안과 함께 서울 서교동에서 만났다. 남편 도미니끄 퀸타르트까지 출동해 한국어ㆍ영어ㆍ프랑스어가 뒤섞인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들 가족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했다. 장남 마튜는 이탈리아 여성과 결혼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살고, 밸리댄서인 딸 마엘은 공연 때문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막내 줄리안은 2004년 충남 서천에서 교환학생을 시작으로 15년째 한국과 벨기에를 오가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베로니끄는 이처럼 “지리적으로 해체된 가족들을 위해 요리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매일 함께 식사할 수는 없지만 더 많은 레시피를 공유하게 된 것 같아요. ‘엄마, 이건 어떻게 만드는 거야?’라는 전화를 하루걸러 하루씩 받다 보니 아예 가족 요리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죠.”

그는 “유럽 요리라고 하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먹는 집밥은 그렇지 않다”며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따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식 집밥』에는 애피타이저ㆍ전채ㆍ메인요리ㆍ수프ㆍ디저트 등 50가지 레시피가 담겼다. 참치를 채운 복숭아, 깍지콩 베이컨 스튜 등 간편하면서 파티에 제격인 요리도 여럿 눈에 띈다.

예능 ‘삼청동 외할머니’에서 가수 에릭 남과 함께 벨기에식 미트볼을 만들고 있는 베로니끄. [사진 KBS]

예능 ‘삼청동 외할머니’에서 가수 에릭 남과 함께 벨기에식 미트볼을 만들고 있는 베로니끄. [사진 KBS]

줄리안은 “화려하진 않지만 양도 많고 건강해서 한국식 집밥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비슷한 요리가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뿔레 오 뀨리는 삼계탕 같기도 하고, 뵈프부르기뇽도 갈비찜이랑 비슷하거든요. 저도 가끔 날이 추워 수프가 생각날 때면 엄청 많이 만들어서 나눠주거든요. 한국에서는 크림 수프를 많이 먹으니까 야채 수프를 낯설어하는 게 좀 신기했어요.”

“한국음식 유럽서도 경쟁력 있어”

다양성은 이 가족의 식탁이 더 풍성해진 비결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도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 베로니끄 역시 학창시절 1년간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사과 크리스피는 홈스테이 가정의 아빠한테 배운 레시피예요. 완전 미국식이죠. 줄리안이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간 동안 우리집에도 교환학생들이 왔어요. 일본ㆍ미국ㆍ멕시코ㆍ브라질 등에서 새로운 학생이 올 때마다 스시ㆍ피자ㆍ세비체ㆍ슈하스코 등 새로운 요리에 도전할 수 있었어요. 김치와 살라미를 넣은 샌드위치도 꽤 괜찮은 조합이랍니다.”

한국에서 식사하고 있는 줄리안 가족. ’한국을 찾을 때마다 새로운 한국 음식을 즐기지만 한국식 바베큐는 항상 빼놓을 수 없는 코스“라고 말했다. [사진 다산북스]

한국에서 식사하고 있는 줄리안 가족. ’한국을 찾을 때마다 새로운 한국 음식을 즐기지만 한국식 바베큐는 항상 빼놓을 수 없는 코스“라고 말했다. [사진 다산북스]

베로니끄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식재료로 김을 꼽았다. “벨기에는 해초류를 잘 안 먹어요. 그런데 김은 너무 맛있더라고요. 불고기맛ㆍ치즈맛 등 한국에 올 때마다 새로운 맛이 생기고. 누구에게 선물해도 다 좋아하고요. 더덕도 유럽에서 잘 통할 것 같아요. 식감도 독특하고 건강한 느낌이라. 벨기에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한국 식당이 많아졌어요. 한국 식당이 아닌 곳에서 김치를 주는 경우도 있었는 걸요. 웰빙 음식이라면서.” 줄리안이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에서 3년간 전국 재래시장 등을 훑고 다닌 덕에 베로니끄도 메주 만들기부터 김장 체험까지 한국 음식 경험 폭이 넓다.

그는 벨기에의 달라진 식문화에 아쉬움을 표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점심시간이 2시간이어서 출근한 아빠도, 학교에 간 아이들도 다 집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었거든요. 지금은 불가능하죠. 여자들도 다들 일을 하니 식사 준비를 할 수가 없죠. 남녀평등은 좋지만 점심은 다 샌드위치로 때우게 된 건 슬픈 일인 것 같아요.”

벨기에 리에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도미니끄-베로니끄 퀸타르트 부부. [사진 다산북스]

벨기에 리에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도미니끄-베로니끄 퀸타르트 부부. [사진 다산북스]

줄리안은 처음 듣는 듯 “그게 정말이냐”며 “벨기에에서는 점심을 ‘디네(dîner)’, 저녁을 ‘수페(souper)’라고 하는데, 진짜 예전에는 가장 주된 식사가 점심이었나 보다”라며 신기해했다. “사실 저도 벨기에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많아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한국에 와서 쭉 살았잖아요. 그래서 ‘비정상회담’을 할 때는 부모님과 하루에도 몇 시간씩 통화하고 그랬어요. 주제가 정해지면 저도 공부를 해야되는 거죠. 제가 나름 벨기에를 대표해서 나가는 건데 잘못된 정보를 말하면 안 되잖아요.”

요즘 tbs 골목상생 프로젝트 ‘홍석천의 Oh! 마이로드’에 출연 중인 줄리안은 높은 임대료로 상권이 침체된 경리단길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에 처음에 왔을 땐 제일 싫어하는 곳이었어요. 내가 왜 외국인들하고 어울려야 하지, 한국 친구와 한국말만 할 거야 싶었죠. 그러다 6~7년 만에 경리단길에 갔는데 제가 외국인이라는 걸 다시 실감했어요.” 그는 경리단길을 비롯한 이태원을 “한국에 사는 많은 외국인에게 고향 같은 곳”이라며 “예전처럼 상권이 되살아날 순 없어도 이 프로그램이 건물주와 세입자 간 소통의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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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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