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宋斗律씨에게 묻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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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독일 국적의 철학자 송두율(뮌스터대 교수)씨가 사실은 1973년부터 북한 노동당 비밀당원이었다고 자백한 것은 충격적이다. 일반 시민들은 대체로 그를 한국 민주화 투쟁에 헌신한 해외학자쯤으로 여겼다.

관변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그를 민주인사로 초청, 37년 만에 금의환향하도록 한 배경이다. 이 때문에 그의 정체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데 대해 많은 사람은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의 뒤늦은 고백과 사죄표명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곤경에 처한 자신의 입장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임시 방편이 아닌 진실과 진심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宋씨는 몇 가지 의문에 진솔하게 답해야 한다.

우선 1972년 유신선포 이전 헌법 개정을 통해 김일성 유일체제를 확립한 북한이 한국보다 더 민주적인 체제라고 그가 인식했느냐, 그랬다면 그 판단의 전거는 무엇이었느냐는 것이다. 또 노동당 입당 이후 북측 제의에 따라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진솔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그는 당원의식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북한을 그 내부의 논리로 봐야 한다는 내재적 접근법을 제기, 사실상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을 원천 봉쇄토록 유도한 것은 아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경계인'이라는 중립성을 확보해 대북 비판을 못 하게 한 것은 아닌지, 북한의 환대에 대한 보상은 아니었는지도 답해야 할 것이다.

귀국 이전 준법서약서 쓰기를 완강히 거부했던 진짜 이유가 자신의 행적을 끝까지 숨기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는가. 그것이 국정원 신문에서 밝혀지자 마지못해 시인한 것이 아닌가.

그는 귀국 전에는 '김철수'임을 부인했고, 귀국 후엔 노동당 입당을 '입국신고서' 제출과 같은 것으로 격하했다. 북한이 노동당 입당을 그렇게 헐값으로 승인하는지는 宋씨가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宋씨가 진정으로 과오를 뉘우치고 자유 한국에 동참할 결의가 있다면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래야 조국이 당신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을 수 있다. 위장 민주인사로 계속 행세하는 학자 송두율을 바라는 시민은 한국에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