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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홈페이지에도 뜬 BTS, 기부 전문가가 본 ‘선한 영향력’ 파급 규모와 동력은

중앙일보

입력

11개월 동안 3개 앨범 '빌보드 200' 1위 선정.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팝의 성지 웸블리에서 공연. 방탄소년단(BTS)이 쓰고 있는 음악적 기록은 놀랄 만하다.

유니세프와 캠페인 1년 6개월만에 24억원 돌파 #전문가 "국내 기부 연예인 통틀어 최고 파급력" #'러브 마이셀프' 메시지에 위로 받은 팬들 나눔 동참

최근엔 유엔(UN)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했다. 지난 24일부터 유엔 홈페이지에 게재된 1분짜리 영상엔 지난해 9월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  행사에서 활동한 모습이 담겼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는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의 기회를 늘리자는 취지로 열린 행사였다. 당시 열린 총회에선 리더 RM이 연설자로 나서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며 "음악을 통해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여러분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는 뭉클한 메시지를 던졌다.

새 미니앨범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 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BTS. [뉴시스]

새 미니앨범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 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BTS. [뉴시스]

BTS가 유니세프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건 2017년 11월 1일. 이때부터 지금까지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뜻을 담은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과 함께 유니세프의 아동 폭력 근절 캠페인 '#Endviolence'(폭력은 끝)을 후원하고 있다. 후원 방식은 BTS의 수익 일정 부분을 자동 기부하는 식이다.

당시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BTS은 '러브 마이 셀프' 펀드를 만들어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우선 5억을 거부하고,  2019년 11월까지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 앨범의 음반 판매 순익의 3%, 캠페인 공식 굿즈 판매 순익 전액 등을 기부하기로 했다. 팬들이 BTS에 돈을 쓰면 기부에 참여하게 되는 구조다. 이 기금은 가정·학교 폭력, 성폭력 피해를 당한 전 세계 아동을 지원하는 데 사용한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누적 기부금은 24억원이 넘었다. 이중 7억원은 BTS의 전 세계 팬클럽 아미(Army)가 기부한 몫이다.

캠페인의 파급력은 BTS가 노래에 담은 메시지와 맞아 떨어지면서 더 세졌다. BTS은 2017년 9월부터 선보인 시리즈 앨범 ‘러브 유어셀프’에서 '타인에 의한 시선으로 자신을 보지 말고, 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자'는 주제를 담아왔다. 아이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 것이라 말하는 'IDOL', 지금 끝난 사랑이 자신이 꾸며낸 거짓 사랑임을 깨닫는 내용의 'Fake love' 등 큰 사랑을 받은 곡이 이 앨범들에 담겼다. 현재 5월 31일 기준, 트위터의 LOVE MYSELF 공식 계정의 팔로워는 280만 명, 방탄소년단 공식 계정의 팔로워는 2000만 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9월 24일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니세프의 새로운 청소년 어젠다인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파트너십 출범 행사에서 연설 중인 BTS의 리더 RM.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4일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니세프의 새로운 청소년 어젠다인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파트너십 출범 행사에서 연설 중인 BTS의 리더 RM. [연합뉴스]

기부 전문가는 방탄소년단의 '선한 영향력'의 파급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국모금가협회 황신애 상임이사에 따르면 유명인의 기부 영향력은 여러 층위에서 평가한다. 첫째는 금액의 규모, 둘째는 기부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 셋째는 해당 유명인으로부터 영향받는 집단의 힘, 넷째는 기부의 지속성이다. 황 상임이사는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은 4가지 층위 모두에서 아주 뛰어났다. 국내에서 이만큼 영향력 있는 유명인 기부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BTS는 불과 1년 6개월 만에 24억원 넘는 기부금을 모았고, 노래에 담아온 철학을 캠페인을 통해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국내를 넘어서 전 세계적 규모인데다 일시적인 게 아니라  2년 간 지속해서 기금을 모은다는 점도 남다르다. 황 상임이사는 "팬클럽 아미의 힘이 절대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월 10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방탄소년단 팬 이벤트인 ‘RUN ARMY in ACTION(런 아미 인 액션)’이 진행된 모습. 김경록 기자

지난 3월 10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방탄소년단 팬 이벤트인 ‘RUN ARMY in ACTION(런 아미 인 액션)’이 진행된 모습. 김경록 기자

『BTS 예술혁명』을 쓴 이지영 세종대 교수는 “그동안 BTS는 음반뿐 아니라 각종 인터뷰에서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자신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아미는 그들의 메시지에 큰 위로를 받았고, BTS로부터 받은 좋은 에너지를 다시 세상에 나누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일부는 '원 인 언 아미(One in an ARMY)' 라는 자선 프로젝트를 만들어 매달 다른 곳에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지민이 광복절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일본 방송이 BTS 출연을 취소시키자, 아미는 한·일간의 미묘한 역사적 맥락을 영어로 써 외신에 알리기도 했다. 또 국적과 상관없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후원하고, 유기견·희귀동물 보호를 위한 기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아미는 BTS의 '러브 마이셀프'를 일상의 실천 원칙으로 삼아 각국의 환경에 따라 다르게,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상을 더 밝게, 긍정적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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